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위원장, 친명·친문계 2파전

친명계는 정근식 후보 밀고
친문계에선 김은경 지지해

민주, ‘혁신위 역할’ 동상이몽
“대의원 폐지” “이재명 대표 퇴진 논의”


더불어민주당이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보유 논란으로 촉발된 도덕성 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새 혁신위원장 인선 초읽기에 들어갔다. 친명(친이재명)계의 지지를 받는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와 친문(친문재인)계가 지지하는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파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혁신위의 역할론을 두고 계파 간 동상이몽이 이어지면서 당의 내홍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에 따르면, 혁신위원장 최종 후보로 정 교수와 김 교수가 이름을 올렸으며 이들에 관한 막판 검증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앞서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던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천안함 자폭’ 등 막말 논란으로 9시간 만에 자진해서 사퇴했던 만큼 이번 주 인선을 목표로 두 후보의 재산, SNS 등을 더욱 촘촘하게 검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최종 인선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재명 대표 경기지사 시절 경기연구원 이사와 경기도 평화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어 친명계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9년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되자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의 발기인으로도 참여했다. 김 교수는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의 문재인 대표 시절 당무 감사위원을 맡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2020년에는 여성 최초 금융감독원 부원장에 앉아 친문 인사로 분류된다.

혁신위원장 인선이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지만, 당내에서는 혁신위의 역할론을 두고 이견이 계속되고 있다. 친명계는 혁신위의 방향성을 현역의원 기득권 혁파, 대의원제 폐지 등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비명(비이재명)계는 이 대표 퇴진을 포함한 재창당 수준의 당 쇄신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비명계가 혁신을 외치는 속내에는 친명계를 중심으로 혁신위가 구성될 경우 내년 총선 공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친명계 한 초선 의원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역의원들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게 혁신의 한 방향이 될 수 있다”며 “당원권을 강화할 방안이 무엇인지 살피는 것부터 시작해 혁신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윤영찬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내로남불·팬덤정치·방탄정당’이라는 굴레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가 핵심”이라며 “대의원제 폐지와 같은 얘기는 곁가지로 지금 중요한 건 ‘민주당을 어떻게 재창당 수준으로 다시 태어나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에게는 쇄신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 대표가 (자신의) 진퇴와 관련해 꼭 이 문제를 감안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대영 기자 bigzer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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