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수의 Deep Read - 경상적자, 왜 위험한가

생산성·성장 정체하며 수출 부진… 경상수지 추세적 악화로 해외자본유출에 노출
선진국, 시스템 선진화·파생거래로 환 위험 통제… CPTPP 참여 등 수출시장 개척 절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4월 잠정치를 포함한 올해 누적 경상수지 적자는 54억 달러에 가깝다. 상품수지·서비스수지·본원소득수지 등으로 구성된 경상수지는 2015년을 정점으로 꺾이는 추세로 들어갔고,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298억 달러)는 전년(852억 달러) 대비 3분의 1 가까이로 줄었다.

줄어드는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에, 그리고 상품수지는 부진한 상품수출에 중요한 배경이 있다. 한국 경제의 중요한 외화자금 조달원인 경상수지가 나빠지면 한국 경제는 그만큼 ‘환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수출의 정체는 생산성과 성장의 정체에서 비롯되는 만큼 수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신성장산업 정책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경상수지 감소의 함의

경상수지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것이 한국 경제의 중요한 외화자금 조달원이기 때문이다. <표>는 국제수지를 분해해 외화자금의 조달과 운용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복식부기 원칙에 따라 작성된 국제수지의 속성을 이용하면 국민경제 차원에서 외화자금의 흐름을 보여주는 ‘외화자금순환표’를 만들 수 있다.

2020년을 예로 설명하자면 한국 경제는 모두 1251억 달러의 외환을 조달했는데 조달원은 경상수지 759억 달러, 외채 617억 달러(차입 288억+채권 329억 달러), 외국인 직접투자(FDI) 32억 달러와 주식투자 -157억 달러다. 주목할 것은 경상수지를 제외한 나머지 492억 달러는 외국인으로부터 조달했다는 사실이다. 1251억 달러 가운데 480억 달러(보유외환 174억+채권·기타자산 306억 달러)의 대외자산이 적립됐고 나머지는 기업의 해외직접투자(213억 달러), 거주자 해외주식투자(564억 달러) 등 해외로 유출됐다.

표의 마지막 열 2023년 1∼4월의 경우 외국인으로부터 156억 달러(외채 66억+FDI 19억+외인 주식투자 71억 달러)를 조달해 경상수지 적자(54억 달러)를 보전했고 나머지 103억 달러가 운용돼, 직접투자(116억 달러)와 주식투자(54억 달러)로 유출됐으며 부족분은 채권 및 기타자산 73억 달러를 매각해 충당했다.

‘외화자금순환표’는 한국 경제가 변동성 높은 해외자본유출에 노출될 위험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을 말해준다. 더욱이 경상수지가 줄어들 때 외환거래 자유화 조치로 2000년대 후반부터 크게 증가해온 내국인 직접투자와 해외주식투자는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레버리지 투자의 형태를 취하게 된다. 2022년 경상수지는 298억 달러에 불과하나 내국인 직접투자(446억 달러)와 해외주식투자(406억 달러)는 852억 달러에 달하는 데서 쉽게 이해될 수 있다. 투자가 상당 부분 해외자본으로 조달되면 한국 경제는 더 큰 환위험에 노출된다. 케인스의 ‘구성의 오류’가 일어나는 대목이다.



◇성장, 수출, 경상수지

경상수지 악화 추세는 불가피하게 해외자본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는 다시 순대외채권이 감소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23년 1분기 은행권 순대외채권(-495억 달러)은 단기(-183억 달러)와 장기(-312억 달러) 모두 부(負)의 값으로 통화 및 만기 ‘불일치 위험’을 안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은행권의 외화 차입을 규제하기 위해 도입됐던 외환부문의 거시건전성 정책은 후퇴했다. 앞으로도 경상수지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외환 당국은 거시건전성 규제를 포기하든지 내국인 해외투자를 규제하든지 선택해야 할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전자의 경우 은행의 불일치 위험이 높아지고 후자는 외환 자유화에 역행하는 부작용이 있다.

사실 모든 나라에서 경상수지가 외화자금 조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총생산(GDP) 수준이 우리나라와 유사한 호주는 2019년 간신히 흑자로 돌아설 때까지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국(매년 GDP 대비 2% 이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의 국가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40년 전부터 외환시스템 선진화를 추진한 이 나라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국통화표시증권을 발행해 외화자금을 조달하거나 파생거래를 통해 환위험을 통제했다.

수출 부진이 빈약한 경상수지를 만든다. 미·중 무역분쟁이 절정에 달했던 2019년 중국의 상품수출(2조3866억 달러)은 전년 대비 300억 달러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우리 수출은 2019년부터 2년 연속 역성장했다. 수출물량지수 연 증가율은 2002년 15%에서 2022년 2%로 떨어졌다. 이런 현상은 수출과 경제성장의 관계를 규명한 해외 연구나 2010년대 들어 정체된 생산성을 저성장의 요인으로 규명한 국내 연구와도 일관성을 가진다. 수출의 정체는 성장의 정체에서, 성장의 정체는 생산성의 정체에서 비롯된다.

◇대안과 전망

흔히 원화가치 하락은 수출 경쟁력을 담보한다고 한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우리나라 수출의 85%, 수입의 80%가 달러화로 결제되며 원화결제는 수출의 3% 미만, 수입은 6%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나라에 고유한 현상이 아니며 글로벌 경제의 결제통화로서 달러화가 지배적인 위상을 갖는 데서 비롯한다. 따라서 원화가치의 하락으로 수출기업의 영업이익이 늘어날 뿐 수출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편 원화가치 하락은 원화의 대외 구매력을 떨어뜨려 수입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함으로써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4월 상품수출이 전년 대비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품수지 흑자를 본 것은 수입 감소에 따른 이른바 불황형 흑자에서 비롯했다.

수출 증대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다자간 무역협정인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에 참여해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보다 다자간 무역협정이 의미를 갖는 것은 회원국 간 누적 원산지 규정을 받지 않아 글로벌 가치사슬을 구축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CPTPP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비해 무역자유화 수준이 높아 우리나라가 가입하면 선점의 이득을 취할 수 있다.

또 다른 대안으로서 21세기 성장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도입하는 것이다. 연구·개발을 장려하고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수출시장 점유율과 수출 경쟁력의 가시적 성과를 유도하는 산업정책은 더 이상 국제사회의 금기가 아니다. 별다른 대안 없이 한국 경제의 주력상품인 반도체시장 회복으로 수출이 활기를 찾을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자 한다면 언젠가 2008년 당시와 유사한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커진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전 한국경제학회장

■ 용어 설명

‘환위험’ 혹은 ‘환리스크’는 일반적으로 환율 변동에 의해 발생하는 위험. 미래에 대한 예측 불완전성에 따른 불확실성과 환율 변동으로 인한 경제적 주체의 가치변동 가능성을 뜻함.

‘구성의 오류’는 개별로는 타당하나 전체로는 틀리는 것. 예컨대 개인이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렸는데 이것이 유효수요와 총지출 감소를 일으켜 경기를 위축시키는 것.

■ 세줄 요약

경상수지 감소의 함의 : 경상수지는 한국 경제의 중요한 외화자금 조달원임. 경상수지가 나빠지면 한국 경제는 변동성 높은 해외자본유출에 노출될 위험이 그만큼 높아지면서 ‘환위험’에 치달을 가능성이 커져.

성장, 수출, 경상수지 : 수출 정체는 성장 정체에서, 성장 정체는 생산성 정체에서 비롯됨. 이는 정체된 생산성이 저성장의 요인이 되고 수출 부진이 빈약한 경상수지를 만들어낸다는 국내외 연구와 일관성을 가짐.

대안과 전망 : 수출 증대를 위한 현실적 대안은 CPTPP에 참여해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하는 것. 성장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산업정책 도입도 강구돼야. 그렇지 않으면 2008년 경제위기를 재현할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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