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김영록(오른쪽 세 번째) 전남지사와 섬진강권역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전남 광양시 다압면 매화문화관에서 ‘섬진강 관광시대’ 원년 선포식을 개최하고 있다.  광양시청 제공
지난 3월 김영록(오른쪽 세 번째) 전남지사와 섬진강권역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전남 광양시 다압면 매화문화관에서 ‘섬진강 관광시대’ 원년 선포식을 개최하고 있다. 광양시청 제공


■ 지역소멸극복 현장을 가다 - (4) 지역 간 뭉쳐야 산다

산골마을 도는 ‘의료·문화버스’
김천·무주·영동서 함께 운영해

진천 등 4곳은 휴양림 공동사용
전주, 급식에 완주 농산물 공급

옥천·보은·영동, 편의시설 공유
섬진강권 4곳, 축제 공동 홍보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생활권이 같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뭉치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공동 추진을 위해 지자체들이 일시적으로 힘을 모으는 것과 달리, 같은 생활권의 이웃 지자체끼리 합심해 주민들을 위한 생활 편의시설을 공유하고 관광산업을 공동으로 육성하는 등 지역 활성화를 위해 손을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라는 틀을 깨고 한 생활권에서 경쟁보다 상생·협력하는 기반을 튼튼히 다지면 소멸 위기 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지난 8일 경북 김천시 부항면 희곡2리 마을회관에서 김천시와 충북 영동군, 전북 무주군이 공동으로 구성한 의료진이 주민들을 진료하고 있다.  김천 = 박천학 기자
지난 8일 경북 김천시 부항면 희곡2리 마을회관에서 김천시와 충북 영동군, 전북 무주군이 공동으로 구성한 의료진이 주민들을 진료하고 있다. 김천 = 박천학 기자


지난 8일 오전 10시 경북 김천시 부항면 희곡2리. 의료 취약지역인 산골 마을에 ‘의료·문화행복버스’가 도착했다. 농번기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도 주민 20여 명이 마을회관에서 줄지어 혈당·혈압·골밀도 등의 검사를 받았다. 의료팀은 전담 의사를 포함해 7명이며 대형 버스(45인승)를 개조해 만든 버스에 의료 장비를 싣고 왔다. 이모(여·68) 씨는 “병원 한번 가기 힘든 산골에 의료진이 찾아와 건강관리를 해줘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 버스 운영은 2015년부터 시작됐으며 김천시 부항·대항·봉산·구성·대덕면, 충북 영동군 상촌·용화면, 전북 무주군 설천·무풍면 등 3개 시·군 9개 면(面) 60개 마을에 걸쳐 있는 이른바 ‘삼도봉 생활권’ 주민이 진료 대상이다. 이들 마을은 3개 시·군 중심에 있는 민주지산 봉우리인 삼도봉 주변으로 형성돼 있다. 이들 시·군은 버스를 이용해 이들 마을을 돌며 그동안 87차례에 걸쳐 연인원 2454명을 진료했다. 김천시 관계자는 “버스 운영이 부족한 의료 인프라 해소와 주민 정주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면 지역은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다른 면 지역과 달리 2000∼3000명 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버스 운영 비용은 이들 시·군이 공동으로 부담하고 있다.

충북 ‘중부 4개 군’인 진천·음성·괴산·증평군은 각 지역이 소유한 휴양림 등 공공시설 공동 사용, 관광안내지도 공동 제작 등 10가지 공유사업을 하고 있다. 또 광역 소각·폐기물 시설을 건립해 함께 이용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웃한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 주민은 거주지와 상관없이 도서관을 이용하며 전주시는 공공 급식에 필요한 농산물을 타 시·군보다 완주군으로부터 우선 공급받기로 했다.

충북 옥천군은 목욕탕·도서관·체육관 등 주민 편의시설을 보은·영동군과 공유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비 약 82억 원을 투입해 옥천군 청산면에 이러한 시설을 지어 생활권이 겹치는 4개 면 지역 주민이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옥천군 관계자는 “이들 지역 모두 변변한 편의시설이 없어 읍내나 대전 등 대도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소멸 대응과 지역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들이 관광과 보육·교육을 아우르며 활발하게 뭉치고 있다. 부산의 인구 감소 지역인 동·서·영도구는 생활권을 연계해 서구는 의료관광을 활성화하고 영도구는 커피 복합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한편, 동구는 보육·교육·문화가 모두 제공되는 ‘어울림 파크 복합플랫폼’ 조성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태백·삼척시, 영월·정선군 등 강원 폐광지역 4개 시·군은 최근 경제 진흥, 상생 교류를 통한 문화·관광 활성화, 폐광지역 시설·공공서비스 공동 이용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또 낙동강을 끼고 있는 경남 양산·김해시, 부산 북·강서·사상·사하구 등 6개 지자체는 문화·관광 교류와 공동 발전사업을 펴기로 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양산에서 추진 중인 ‘낙동강 뱃길 복원’이다. 2020년 수해를 입은 전남 광양시와 곡성·구례군, 경남 하동군 등 섬진강권 4개 지자체는 상생 발전을 위해 광양 매화·구례 산수유·하동 벚꽃·곡성 장미 축제 공동 홍보에 나섰다. 이성로 안동대 행정학과 교수는 “같은 생활권의 지자체끼리 일자리·문화·교육·주택 등 다방면에 걸쳐 협력사업을 추진하면 경쟁력이 배가되고 소멸 위기 대응도 견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천=박천학 · 부산=김기현 · 태백=이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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