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 기밀유출 등 37건 혐의 기소… 2024년 대선 ‘안갯속’
“정치적 희생양” 지지층들 결집
검찰 기소 이후 지지율 61% 기록
현 추세라면 공화당 후보될 듯
본선서 중도표 얻는 데는 불리
2020년엔 바이든 차남 의혹
공화당 하원 중심 집중 조사중
2016년 힐러리 이메일 스캔들
법적 처벌 피했지만 대선패배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마이애미 도심에 있는 플로리다 남부 연방법원(마이애미 연방법원)에 모습을 나타냈다. 윌키 퍼거슨 주니어 법정 앞은 플로리다주는 물론 미 전역에서 몰려든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반대자와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8일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사건으로 미 역대 전·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연방검찰에 기소됐다. 9일 공개된 잭 스미스 연방 특별검사의 공소장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간첩법상 고의적 국방정보 보유 혐의 31건을 비롯해 사법방해 음모, 서류 또는 기록 보류, 서류 또는 기록 은폐, 연방조사에서 문서 은닉, 은폐 계획, 허위 진술 및 변호 등 모두 7가지 죄목에 37건의 혐의로 기소됐다. 뉴욕포스트는 특검이 기소한 혐의를 재판부가 모두 받아들이면 최고 징역 400년, 벌금 900만 달러(약 116억 원)가 선고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미스 특검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미국 및 적국의 핵 능력과 적 공격 시 보복계획 등 군사 긴급사태에 대비한 비상계획 등을 담은 일급 기밀문서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로 무단반출했다. 그는 기밀문서를 서류상자에 담아 리조트 내 연회장에 놓아뒀다가 이후 사무실·가족실·창고로 옮겼으며 일부는 화장실 변기 옆에 짐짝처럼 쌓아뒀다. 스미스 특검은 “이런 (기밀) 문서들이 승인 없이 유출되면 국가안보와 대외관계, 미군 안전, 정보수집 방법 등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공소 사실을 밝혔다.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선두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방검찰에 기소됨에 따라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이메일 스캔들 수사, 2019년 러시아 대선개입 의혹 수사 등 대선 때마다 판을 흔드는 ‘사법리스크’가 이번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피고인 된 트럼프, 초반 경선 유리해도 후반 본선은 불리=14일 선거분석 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5월 중순 이후 5차례 여론조사에서 평균 지지율 53.6%를 기록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21.8%),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4.8%),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3.2%) 등을 제치고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연방검찰 기소 후 이뤄진 CBS·유거브 조사에서 61% 지지율로 23%에 그친 디샌티스 주지사와 격차를 38%포인트로 벌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여론조사(지지율)가 급등했고, 소액 기부도 기록을 세웠다. 나도 좀 즐기고 있다”고 반색했다. 3월 30일 뉴욕 맨해튼검찰이 성추문 입막음 혐의로 그를 처음 기소했을 때도 닷새 만에 평균 지지율이 45.9%에서 50.8%로 5%포인트가량 치솟았다.
검찰 기소 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이 치솟는 것은 그를 ‘정치적 희생양’으로 간주하는 지지층 결집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내 경선에 현재 10명이나 되는 후보들이 난립한 데다 검찰 기소로 오히려 지지율이 오르면서 당 안팎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공화당 대선후보로 재선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 추세라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주 개표 결과 조작 시도, 1·6 의사당 난입사태 선동 등 현재진행형인 다른 수사가 기소로 이어질 때마다 지지율이 뛰어 경선에서 더 유리하다. 미 헌법에 적시된 대통령 후보 조건은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 35세 이상, 최소 14년 이상 거주 등 3가지뿐이어서 그가 재판 중이거나 혹 대선 전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출마에는 지장이 없다.
역대 대통령 중 첫 형사기소라는 사법리스크가 내년 대선에 최종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기소가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지면서 당내 경선은 유리해졌지만 대선 성패를 좌우할 중도·무당파 유권자 지지를 얻는 데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ABC·입소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48%가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에 찬성했고, 46%는 선거운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시간이 갈수록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는 어렵다며 다른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상원 2인자 존 슌 의원은 “트럼프의 사법리스크는 누적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고, 존 코닌 의원도 “그가 당선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대선에서는 자기 진영만 이끌고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16년 클린턴도, 2020년 바이든도 사법리스크에 흔들=내년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무혈입성이 유력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11월 워싱턴DC 개인사무실, 올 1월 델라웨어 자택에서 부통령 재직 당시 기밀문서가 잇따라 발견돼 한국계 로버트 허 특검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다만 문서가 발견되자 즉시 국립문서기록보관소(NARA)에 신고하고 반환하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과 사안의 심각성이 달라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의 진짜 사법리스크는 ‘망나니 아들’인 차남 헌터 바이든 관련 의혹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부통령 재직시절 헌터는 석유업계 경험이 전혀 없음에도 우크라이나 석유사에 이사로 임명돼 매달 8만3000달러의 급여를 받았다. 그는 또 2013년 아버지를 수행해 중국을 방문했는데 한 펀드사가 그가 고문으로 있는 투자사에 15억 달러를 투자했고, 2017년에도 사업을 하며 중국 측에서 500만 달러를 받았다. 2020년 대선 직전 헌터가 도난당한 노트북에서 부적절한 동영상과 우크라이나 기업과 유착관계를 보여주는 이메일 수십만 건 등이 발견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때부터 헌터의 해외사업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해왔지만 현재 공화당은 하원을 중심으로 헌터 관련 의혹을 집중 조사 중이다.
2016년 대선 때는 민주당 후보였던 클린턴 전 장관이 사법리스크에 결국 좌초됐다. 그는 국무장관 재직 당시 개인 이메일을 사용해 일부 업무를 처리했다. 2014년 클린턴 전 장관의 변호사들은 서버를 뒤져 약 3만 건의 이메일을 국무부에 넘겼다. 이후 연방수사국(FBI) 수사 결과 113건의 이메일이 기밀정보를 담고 있었고 3건은 기밀표시가 된 것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FBI는 2016년 기밀정보가 부적절하게 전송됐지만 법망을 피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수사결과를 내놓았고 클린턴 전 장관이 기소돼 법적 처벌을 받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대선에서 공화당 공세가 집중됐고 결국 대선 패배의 결정적 요인 중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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