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33만… 독립영화중 이례적 55위→8위 등 순위 역주행도 발권기록·전산망 확보 분석 중
배급사 “후원자 표 구해줬을 뿐”
경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출연한 다큐멘터리 영화 ‘그대가 조국’의 박스오피스 순위가 조작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조 전 장관의 임명 과정을 다룬 이 영화는 지난해 5월 개봉 이후 관객 33만 명을 동원해 그해 독립 영화 중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웠다. 야권과 지지자들은 조 전 장관 일가의 입시 비리 수사와 사법부 판결이 잘못됐다는 여론이 반영됐다고 두둔했지만 “조작된 흥행일 수 있다”는 지적이 커질 전망이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13일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와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키다리스튜디오 등 배급사 3곳을 관객 수 조작 의혹으로 압수수색 하면서 의심 영화 목록에 ‘그대가 조국’을 포함했다. 경찰은 이 영화에 대한 입장권 발권 기록과 통합전산망(KOBIS) 자료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실제 관객이 없는 상태에서 관객 수를 부풀렸다는 이른바 ‘유령 관객’ 의혹 전반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관객을 부풀리는 방법을 통해 영화진흥위원회의 고유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했다. 박스오피스 순위는 멀티플렉스에서 발권 정보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전송하는데, 실상영·관람 여부는 확인하지 않는 구조여서 조작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영화를 배급한 엣나인필름의 정상진 대표는 “이 영화를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작했기 때문에 후원자들에게 리워드(혜택) 차원에서 실제 참석과 무관한 표를 구매해준 게 전부”라며 “(이런 발권을) 제외하면 어떠한 관객 수 조작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대가 조국’은 문재인 정부에서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2019년 8월 9일부터 장관직을 사퇴한 10월 14일까지 내용을 그렸다. 조 전 장관이 딸 조민 씨의 입시 비리 의혹으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으로부터 표적 수사를 받고 있다는 주장과 대법원이 지난해 1월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한 판결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겼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판결 불복의 근거로 활용됐고 개봉 이후 31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비슷한 유형의 영화인 ‘문재인입니다’는 관객 수가 11만 명으로 ‘그대가 조국’의 3분의 1 정도”라며 “당시에도 비정상적으로 관객이 많다는 말이 많았다”고 했다.
문화일보가 ‘그대가 조국’ 상영 기간 박스오피스 순위 등을 분석한 결과, 순위가 역주행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있었다. 지난해 7월 4일 55위(관객 수 21명)에서 하루 만에 8위(987명)로 치솟았다가 같은 달 12일 70위(11명)로 급락했다.
경찰은 당초 2021∼2022년 개봉한 ‘비상선언’ ‘비와 당신의 이야기’ 등 4편의 영화를 수사 대상에 올렸다가 현재 70∼80편의 영화를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