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일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여성 대상 강력범죄 가해자의 신상 공개 확대 방안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했다. 이는 지난해 5월 부산에서 발생한 속칭 ‘돌려차기 사건’ 때문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전혀 안면이 없는 여성의 뒤를 쫓아가 무차별 폭행하고, 강간살인미수를 저지른 사건이다. 이에 이날 오후 해당 사건 항소 재판부는 가해자에게 강간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이와 아울러 가해자의 정보를 10년간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하고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에 각 10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이같은 여성 대상 강력범죄의 경우 수사 받는 피의자의 신상 정보는 공개할 수 있는데, 재판을 받는 피고인의 신상 정보는 공개할 수 없게 돼 있다. 윤 대통령의 지시는 정치·경제·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정책 추진이란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더욱이 피해자 측은 가해자에 대한 신상 정보 공개 명령도 같이 내려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는 사적 보복을 위한 게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해서다.
그리고 여성 대상 강력범죄의 피의자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신상 공개를 허용하는 것은, 보이는 디자인으로 보이지 않는 범죄를 예방하는 셉테드(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 Design·범죄예방환경설계)와 같은 이치에서 수용할 필요가 있다. 강력범의 출소 후 보복 재범을 피하려는 피해자의 간절한 외침을 외면해선 안 된다. 결국, 여성 대상 강력범죄 가해자의 신상 정보 공개 확대는 시민사회가 여성 대상 강력범죄를 예방하는 감시카메라와 LED 가로등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 대상 강력범죄 가해자의 신상 정보 공개 확대는 이웃범죄 감시(neighborhood watch) 차원에서 필요하다.
현재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피의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특정강력범죄법 제2조에서 정의하는 ‘특정강력범죄’에는 살인, 약취, 유인, 인신매매, 강간 등 상해·치상 등이 포함된다.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이고,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및 피의자가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에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신상 정보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성폭력처벌법 제25조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성폭력범죄의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때에는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닌 한 얼굴과 성명 및 나이 등의 신상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는 자가 피의자이고 그 범죄 혐의로 재판 받는 자가 피고인이란 점에서, 피의자 신상 정보 공개는 가능하나 피고인 신상 정보는 공개 불가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입법의 미비다. 입법 보완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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