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020년 6월 16일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 삼아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그러나 당시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하명에 따라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었고, 개성사무소 폭파로 사문화된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추진하기도 했다. 정부가 14일 북한을 상대로 447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정부는 개성사무소 청사 피해액 102억5000만 원,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피해액을 344억5000만 원으로 산정했다. 원고를 대한민국으로, 피고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명기했고, 우리 민사소송 절차에 따라 재판이 진행된다. 개성 사무소 폭파는 명백한 불법행위이자 판문점 선언 등 남북 간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북한 눈치를 보며 저자세로 나가는 것은 결코 남북관계 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졌고 대한민국 소유로 등록된 건물이 훼손됐는데도 수수방관한다면 직무유기를 넘어 정부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승소해도 배상을 받을 수단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오토 웜비어 부모는 미국법 절차에 따라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뒤 북한이 판결을 인정하지 않자 인도네시아에 억류된 북한 선박의 소유권을 확보해 배상을 받아냈다. 정부도 16일 만료되는 손해배상청구권 시효를 보전한다는 식의 소극적 자세로 임해선 안 된다. 국제기구 제소, 우방과의 협력을 통한 북한 재산 압류 등 가능한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차제에 2012년부터 연체되고 있는 대북 차관 1조1360억 원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에 공론화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 북한이 최근 해체한 것으로 확인된 금강산 관광지구의 수백억 원대 호텔과 골프장 건물들, 7779억 원에 달하는 개성공단 투자 기업의 피해에 대해서도 관련 기업들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최근 북한이 개성공단 내 공장 30여 곳을 무단으로 가동하고 있는 것에 대해 단순히 경고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