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원폭탄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 (3) 판결문으로 본 ‘민원폭력’ 백태

‘민원폭탄’이 ‘민원폭력’으로
공무원·시민 안전 직접 위협

불법주차 과태료 반복 부과에
‘흉기’ 들고 구청 찾아가 난동

가정 방문한 여성 공무원에게
술에 취한채 흉기 휘두르기도

“이 XX” 욕하며 헤드록 공격도



2021년 10월 25일 청주시 서원구의 한 시장 입구 주정차금지구역에서
화물차를 대고 과일을 파는 A 씨는 불법주차 과태료를 반복해 부과받자
서원구청에 항의 전화를 했다. 그는 이미 30만 원가량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는데, 왜 또 불법주차 단속을 하냐며 항의했다.
과태료 철회 등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A 씨는 흉기를 들고 이날 구청으로 갔다.
그는 마치 조폭처럼 흉기 손잡이 끝으로 담당 공무원의 턱을 툭툭 치며 위협했다.
이 공무원의 배 부위를 누르고, 흉기를 던지기도 했다.


정당한 법 집행에 대해 민원폭탄을 쏟아내다 민원폭력을 저지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입에 담기도 어려운 쌍욕은 기본이고, 각종 흉기를 가지고 와 무방비 상태의 민원 공무원을 위협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민원폭탄이 민원폭력으로 진화해 공무원 및 시민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민폭 범죄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민폭 취재팀이 대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 등을 통해 2020년부터 최근까지의 민원 담당 공무원 대상 민폭 범죄 1심 판결문 100건을 분석한 결과, 각종 흉기를 동원해 민원 공무원의 정당한 법 집행을 막는 경우가 허다했다. B 씨는 지난해 6월 8일 서울 금천구의 한 주민센터 민원실에 34㎝ 길이의 흉기를 허리춤에 찬 채 찾아와 “XX야, 너 이리 와라. 오늘 내가 너 죽인다”며 협박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나이 제한에 걸려 자활근로 업무를 더 할 수 없으니 출근하지 말라”는 공무원의 말에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지난해 6월 21일 서울 양천구의 한 주민센터를 찾은 C 씨는 45㎝ 길이의 흉기를 들고 “다 때려 부숴버리겠다. 다 죽여버리겠다”며 공무원을 위협했다. 2021년 3월 11일 경기 의정부시의 D 씨 집에서는 복지 지원 상담요청을 받고 가정방문한 두 여성 공무원을 흉기로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는 상담해드릴 수 없다”고 고지한 게 그가 흉기를 든 이유였다.

민원실을 찾아와 흡사 ‘격투기’를 하듯 공무원을 폭행하는 사례도 많았다. 지난해 4월 14일 대구 달서구의 한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E 씨는 술에 취한 채 생활비 후원을 요구했다. “후원을 더 해달라. 일거리를 달라. 이 XX야” 등 폭언을 하던 그는 자신을 말리는 공무원의 왼팔을 잡아당긴 이후 다른 손으로 그의 목을 감싸는 ‘헤드록’ 기술로 폭행했다. 2021년 12월 24일 F 씨는 현수막을 제거해달라는 자신의 민원을 바로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주시청 공무원의 턱과 뺨을 주먹으로 한 차례 때렸다. 공무원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재차 손으로 머리 뒤쪽을 때린 후 다시 배 부위를 발로 찼다.

3명의 공무원을 연이어 폭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2021년 12월 30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G 씨가 욕을 하며 소란을 피우자 공무원이 112 신고를 했다. 그러자 G 씨는 이 공무원을 밀친 뒤 총 2회에 걸쳐 얼굴을 가격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옆에 공무원이 이를 말리자 그의 왼쪽 정강이를 1회 차고 얼굴을 1회 때렸다. 이후 출동한 경찰관이 G 씨를 체포하자 경찰관의 얼굴을 밀쳐 철제 기둥에 머리를 부딪치게 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손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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