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애 숙명여대 문헌정보학과 초빙교수, 국가기록관리위원회 부위원장

지난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때 북한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한 풍산개가 과연 대통령기록물인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문 대통령 임기 말에 관련 법까지 개정하면서 그 개를 대통령기록물로 정의하고,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는 대신 양육비를 전임 대통령에게 주기로 협약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문 전 대통령 가족이 청와대 관저에서 사용하던 가구와 집기류가 사라졌다는 소식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그 가구와 집기들이 지난해 4월부터 경남 양산 사저로 3주에 걸쳐 옮겨졌다고 한다. 사라진 물품 중에는 해외 유명 화가의 그림도 있다는데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대통령과 가족의 손때가 묻은 집기와 생활감 있는 가구들을 통해 그들의 일상을 느껴 보고 싶었던 국민에게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 이상의 몇 가지 의문을 갖게 한다.

먼저, 사라진 가구나 집기들이 대통령 개인의 돈으로 취득한 것인가 아니면 국가 예산으로 취득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만약 국가의 예산으로 장만한 것이라면 일차적으로 물품관리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 즉, 물품의 내용 연수가 정해지고 관리 절차에 따라 주기적으로 재물조사 및 유지·관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만약 내용 연수가 지났거나 다른 사유로 인해 처분 대상이 됐다면 그 물품에 대한 처분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한다. 작은 회사라 할지라도 회사의 물품을 직원 임의로 처분하거나 자기 집으로 가져가면 안 되는 것이 보통 사람의 상식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해당 가구나 집기를 대통령기록물로 봐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문 정부 마지막에 개정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이전의 법과 기록관리학 용어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생명체는 기록물이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사용하던 가구는 물론, 선물로 받은 집기와 그림들은 ‘행정박물(行政博物)’에 해당하며, 엄연한 기록물이 될 수 있다. 현재 대통령기록관에서 이관받아 전시 중인 행정박물 중에는 은제 다기 세트와 접시 및 주전자를 비롯해 노태우∼이명박 대통령의 행사 때 사용되던 리무진 차량도 있다.

대통령기록물법 제11조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 즉 청와대 기록관의 장(長)은 대통령 임기 종료 1년 전부터 이관 대상 대통령기록물의 확인, 목록 작성 및 정리 등 이관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청와대의 가구와 집기 그리고 선물로 받은 그림 가운데 없어진 게 있다면 그에 대한 절차가 정당하게 이뤄졌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가구와 집기의 처분 이전에 대통령기록물로서의 보존 가치 여부를 평가·선별하는 과정이 있었어야 하고, 그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우리가 왜 기록을 남기는가 하는 점이다. 기록은 공동체의 기억이 되고, 기억은 역사가 되며 나아갈 방향의 단서가 된다. 따라서 국가 공동체의 기억(National Memory)으로 무엇을 남기고 어떻게 다음 세대에 전할 것인지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정책과 명확한 구분 기준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통치 철학과 국정 메시지를 담은 대통령기록물은 가장 중요한 국가 기록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세밀한 정책과 절차가 필요하다.

문 전 대통령이 선물 받은 풍산개와 청와대의 ‘사라진 집기’가 기록물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은, 미래 세대에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공동체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무엇을 알게 해줄지를 고민하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결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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