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발행인은 회원들에게 깊은 우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윤슬 기자
김정현 발행인은 회원들에게 깊은 우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윤슬 기자


김정현 ‘녹색평론’ 발행인
1년 반 재정비 마치고 복간
‘사람 · 자연 간 분열 치유’ 지향


“‘세상이 말세야’라고들 하시잖아요. 삶이 고달픈 분들에게 우리 잡지가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인문잡지 ‘녹색평론’이 1년 6개월 만에 새롭게 돌아왔다. ‘녹색평론’은 생태사상가 김종철(1947∼2020) 전 발행인이 1991년 창간한 후 오랫동안 한국사회 생태 담론의 중심 역할을 했다. 2020년 그가 작고하자 딸인 김정현 발행인이 이어받았는데 30주년을 맞은 2021년 돌연 휴간에 들어가면서 폐간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격월간지에서 계간지로 바꿔 지난달 말 182호를 내며 복간했다. 지난 5일 종로구 녹색평론 사무실에서 만난 김 발행인은 “정보 전달보다 용기와 위로가 되는 매체가 될 것이다”며 새로운 방향성을 밝혔다.

김 발행인은 “과거엔 모르는 것을 깨우쳐줬다면 지금은 사람들이 무력감에 빠지지 않게 하고 싶다”며 녹색평론의 철학을 다시 한 번 상기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의 분열을 치유한다’는 그것. “따뜻한 생각을 가진 학자와 사상가의 글을 전할 생각입니다. 독자들이 ‘세상이 아직 살 만하다’고 느끼기를 바라면서요.”

발행주기가 두 달에서 석 달로 바뀐 만큼 시의성 있는 정보보다 근본적인 문제 제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생태주의 담론 자체를 알려야 했던 30년 전과 달리, 지금은 생태·환경·기후변화가 모두의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김 발행인은 “많은 이가 탄소 중립을 강조하지만 기후 변화는 기술 하나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산업 작동 방식에서 문제의 뿌리를 찾고, 탄소의 평형 상태가 깨진 원인을 철저히 탐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평론이 1년 반 동안 휴간하면서 폐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으나 김 발행인은 애초 폐간을 고려한 적이 없었다. 김 전 발행인의 빈자리에 독자 수 감소, 재정 악화 등을 맞아 재정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뿐이다. 김 발행인은 “오랜 기다림 끝에 반갑게 맞이해준 회원님들께 깊은 우정을 느낀다”며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공백기 동안 독자 수는 더 줄었다. 현재 회원에 대해 “솔직히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라면서도 그는 “1년 후 구독자들을 되찾고 말씀드리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 발행인은 매달 회비를 내는 ‘후원회원제도’를 통해 재정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구독료 인상도 생각했으나 심리적으로 허용이 안 됐다. 연간 발간 횟수가 줄면서 연구독료는 6만5000원에서 6만 원으로 오히려 인하됐다. 그는 “잡지가 비싸서 못 봤다는 말은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정했다”고 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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