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지난 2010년 조국 전 장관과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는 ‘진보 집권 플랜’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김대중·노무현 10년 집권 이후 정권이 이명박 대통령으로 넘어가자 2012년 대선을 겨냥한 집권 전략을 담았다. 이 책의 기본 구상은 민주당과 진보당의 연정이다. 민주당이 1당이 되고, 진보당이 원내 교섭단체가 된 후 대선에서 연대하는 것인데, 구상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13년이 지난 지금 ‘진보 집권 플랜’의 중고 가격은 300원대로 떨어졌다. 값이 떨어져도 이 책을 구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후 벌어진 일들을 보면 이 책과는 정반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조 전 장관은 최근 새로운 책을 쓰고 있는 모양이다. 아직 구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책 제목은 아마 ‘조국 당선 플랜’쯤 될 것 같다. 지난 10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방문한 조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사진과 글을 올리면서 ‘길 없는 길을 가겠다’고 했다. 중국 작가 루쉰(魯迅)의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으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라는 말을 인용한 것처럼 보인다.

조 전 장관이 출마한다면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이 문 전 대통령이 거주하고 있는 경남 양산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양산을은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현역이고 양산갑은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의 지역인 만큼 도전해 볼 만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이 평산책방을 열고, 문 정권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이 ‘사의재’라는 포럼을 만들어 윤석열 정부에서 폄훼되고 있는 문 정부 업적을 재평가받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부산의 위성도시인 양산과 김해를 봉건영주가 지배하는 ‘봉토(封土)’나 친노·친문의 성지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관측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김해는 2개 지역구(민홍철·김정호)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은 1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돼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형이 확정되면 당선돼도 국회의원을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렇게 무리하게 출마설을 띄우는 이유가 뭘까. 서울대 교수직도 파면된 마당에 ‘관종’인 자신의 살길인 총선 출마로 또 한번 윤 정권과 각을 세워 보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길 없는 길’ 대신 ‘있는 길’이라도 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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