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그런 그도 세상일이 자기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불혹이 안 된 젊은 나이이나 이번에 절감했을 것이다. 일이 꼬여도 너무 꼬여 야심 찬 의도가 자충수가 됐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발사한 정찰위성 탑재 우주발사체 ‘천리마-1형’이 애초 예고한 우주 궤도 진입은커녕 10분 만에 서해상에 추락해 국가우주개발국(NADA)이 발사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남측 해군이 보름간의 사투 끝에 발사체 잔해를 인양하는 장면을 보고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반면, 우리 해군은 고군분투 끝에 천리마-1형의 2단 추진체를 인양하는 데 성공했다. 국군으로서는 뜻하지 않은 인양으로 부가적인 성과를 거뒀다.
먼저, 인양 능력이 실시간으로 시현(示現)돼 글로벌 구조 전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가 높아졌을 것이다. K-방산의 시너지 효과도 작지 않았다. 이번 인양 작전에 투입된 청해진함과 통영함 그리고 광양함 등 K-구조함들의 작전 수행 능력도 검증이 된 셈이다.
또한, 천리마-1형은 은하-3호와 비교해 발전된 기술이 적용됐지만, 역설적으로 철저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패할 가능성을 열어 놨다. 수심이 낮은 서해 상공에 함부로 위성을 발사하는 것을 주저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묻지 마 도발에 대한 억제 효과도 크다.
핵심 관전 포인트는, 이번 정찰위성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가장한 미사일 발사였는지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우주 공간에 쏘아 올리기 위해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고 주장했으나, 우주발사체와 ICBM은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제외하면 발사 각도만 다를 뿐 구조와 원리가 똑같다. 향후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에서 추진체에 대한 정밀 분석으로 ICBM의 설계 방식, 연료 체계 등 전반적인 기술 수준이 드러날 것이다. 고각 발사로 진행됐던 ICBM의 실제 사거리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재차 정찰위성의 발사를 예고했으나, 해상도와 궤도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궁극적인 목적은 ICBM 발사 기술의 진전이다. 1인당 주민소득 1200달러의 빈곤국가가 지구상의 물체를 정밀하게 촬영할 필요는 없다.
천마 2단 추진체를 찾았으니 위성체 만리경만 인양하면 북한 ICBM 기술의 퍼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위성체와 1·3단 추진체 등 추가 잔해물 탐색이 성공하면 정밀 분석할 수 있다. 연결 단에 1·2단 엔진 제어, 원격 명령 및 계측, 유도 제어, 배터리 등의 전장품이 남아 있다면 발사체 및 ICBM 기술 수준, 국산화 수준, 해외 부품의 구매 여부 등의 진단이 가능하다. 특히, 관련 부품이 어느 나라에서 수입됐는지를 밝히면 해당 국가와 기업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의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북한은 63일 만에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하고 노동당 전원회의를 개최하며 향후 돌파구 마련에 고심 중이다. 상반기 경제난이 심해진 상황에서 변화한 국제정세와 외교·국방 전략을 토의한다는 입장이라, 2차 정찰위성 발사 등에 대한 비전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정은은 세상일이 자기 뜻대로만 되진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