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충서 한변 법치수호센터장, 법무법인제이앤씨 대표변호사

지난 2020년 6월 16일 북한은 대북전단살포를 빙자해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북한의 이 불법행위에 대해 지난 14일 법무부가 원고를 대한민국으로 하고 피고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하여 447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국민의 재산을 지켜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다한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우리 정부가 나서서 ‘북한을 피고’로 하여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우리 법원’에 제기한 것은 남북 분단 이후 최초의 일로, 여러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우선, 우리 정부가 북한의 ‘국가불법행위’와 관련해 북한을 우리 법정에 피고로 세워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줬다. 이로써 북한에 대해 원만한 남북관계를 위해서는 불법행위를 자행해선 안 되며 그런 행위는 절대 묵과될 수 없고, 반드시 법적 책임을 추궁한다는 점을 천명한 것이다.

또한, 우리 정부가 북한을 피고로 해서 우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북한이 우리 법체계 아래서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당사자능력과 권리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권리능력을 가지는 법적 실체임을 우리 정부가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북한은 우리 헌법상 국가가 아니며, 남북 쌍방이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북관계는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니며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된 특수관계이다’라고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우리 법정에서 북한은 ‘외국’이 아니므로 ‘외국의 재판권으로부터의 주권면제’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다. 우리 법원은 북한에 대해 재판권을 가지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6·25전쟁 후 약 8만 명의 국군포로를 송환하지 않고 억류한 채 강제노동에 동원하고 신분차별과 박해를 가하는 범죄행위, 6·25 당시 민간인 납북 및 6·25 이후 평시(平時) 민간인 납북 등 범죄행위를 자행해 왔다. 그 밖에도 금강산 관광객 사살과 연평도 포격 및 천안함 격침 등 수많은 범죄행위를 저질렀고, 금강산관광지구의 수백억 원대 호텔과 골프장 건물을 파괴하고, 개성공단 시설을 무단 가동하는 등 불법행위를 공공연하게 자행해 왔다.

귀환한 국군포로가 최초로 북한을 피고로 우리 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2020년 승소 판결을 받아낸 이래, 전시 납북자의 유가족, 천안함 피해 장병의 유가족 등도 북한을 피고로 우리 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바 있다. 이 손해배상 판결을 집행하기 위해 현재 북한이 사단법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사장 임종석)에 대해 가지는 북한 저작물 사용료 지급청구채권에 대해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집행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는 북한의 불법행위를 묵과하지 않고 계속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또, 그런 판결을 집행할 수 있도록 북한의 집행재산 추적 및 확보에도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한편 북한 당국에 대해 우리 국민의 피해를 배상하라고 계속 요구해야 한다. 억류하거나 납치한 우리 국민을 송환할 것을 계속 강력히 요구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것이 국가의 책무를 다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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