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철환의 음악동네 - BTS와 비틀스 ‘나우 앤드 덴’

지난 한 주 노래마을의 메인컬러는 보라색이었다. 거리마다 10이라는 숫자로 도배됐고 도시는 전 세계 아미들로 출렁거렸다. 방탄소년단(BTS·사진)이 데뷔 10주년을 맞아서다. 실제로 태어난 날은 달라도 일곱 소년은 2013년 6월 13일 동시에 출생신고를 했다. 탄생 메시지는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 제2의 BTS를 준비하는 소년들에게 ‘꿈도 꾸지 마’라고 해석해주면 오역이거나 모욕이다. 찬찬히 들어보니 밑줄 긋고 싶은 가사가 두 줄 나온다. ‘왜 자꾸 딴 길을 가래’ ‘제발 강요하진 말아줘’

지금 음악동네에서 BTS와 비교하는 유일한 그룹은 아마도 비틀스일 것이다. 붙이기 나름이지만 그들에게도 10이라는 숫자는 각별하다. ‘20세기의 BTS’ 비틀스는 1960년에 결성해서 1970년에 해체됐다. 활동기간이 딱 10년이다. 두 분(존 레넌·조지 해리슨)은 이미 고인이 됐다. 하지만 세상을 떠났다고 세월까지 벗어난 건 아니다. BTS 10주년으로 떠들썩했던 지난주에도 비틀스는 문화예술 뉴스의 한 부분을 당당히 차지했다.

살아있을 땐 어땠는지 몰라도 사후의 우정만큼은 이들을 따라 하기 어렵다. 오랜만에 공자님을 모셔보자. “두 사람이 마음을 하나로 하면 그 날카로움이 쇠를 끊고 그 향기가 난초와 같다.” 여기서 나온 사자성어가 금란지교(金蘭之交)다. 살아있는 폴 매카트니가 죽은 레넌을 불러냈고 쇠의 날카로움(기술)이 난초의 향(예술)을 되살렸단 얘기다.

매카트니는 BTS 생일인 6월 13일(현지시간) BBC 라디오에서 연말에 비틀스의 신곡(?) 겸 마지막 곡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도대체 무슨 얘기일까. “인공지능(AI)을 통해 존 레넌이 생전에 남긴 목소리를 추출했고 미완성곡을 완성된 노래로 바꾸었다.” 갑자기 음악박물관에서 노래 하나가 뚜벅뚜벅 걸어 나온다.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마는 편지 그래도 우리는 곱게 써가야 해’(이진관 ‘인생은 미완성’) 노래를 작사한 김지평은 특이하게도 전직이 사형수 면담관이었다. 형이 집행되면 사형수가 쓰던 사물들을 정리해주곤 했는데 거기서 이따금 쓰다만 편지를 발견했다고 한다. 느낌이 어땠을까. 뭉클하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했을 것 같다.

매카트니 역시 이번 작업에서 무서움도 느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가사는 이번 비틀스의 예술적 ‘거사’를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사랑은 미완성 부르다 멎는 노래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불러야 해.’

매카트니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동갑(1942년생)이다. 신체적 나이는 두 사람을 요양원에 보내지 않았다. 매카트니는 지난해 레넌의 아내(오노 요코)로부터 데모 테이프를 받았다고 입수한 경위는 밝혔지만 노래 제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죽기 2년 전(1978) 레넌이 작곡한 ‘나우 앤드 덴’(Now And Then)일 가능성을 영국 매체들은 조심스레 추측했다.

오랫동안 여러 가수가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That was Then This is Now)을 불렀지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우정이고 예술이다. 마침 그제(6월 18일)는 매카트니의 생일이었다. 인터뷰에서 이 곡이 비틀스의 마지막 기록일 거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따라서 생일 축하 3행시(‘마지막’)는 그를 응원하는 팬들에게도 동시에 우송할 참이다. ‘마음먹기 달렸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막을 올리자.’

작가 · 프로듀서 ·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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