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만한 32㎡ 크기 종로대피소
재난포털엔 최대수용인원 38명
최대 수용땐 빽빽이 서있을 판

전문가 “호흡곤란 등 사고 우려”
8월 대국민 훈련앞 재점검 필요


지난 15일 찾아간 서울 종로구 숭인1동 주민센터 지하 2층 민방위 대피시설은 원룸 정도 크기였다.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명시된 최대수용인원 38명이 모두 들어가려면 성인 1명이 불편한 자세로 빈틈없이 촘촘히 앉아야 할 것 같았다. 팔을 벌리거나 다리를 뻗을 공간도 나오지 않았다. 이 시설의 규모는 32㎡로 평형으로 환산하면 9평 안팎이었다. 대피시설로 지정된 신사동 주민센터와 광장동 주민센터 지하 1층도 상황은 비슷하다. 각각 66㎡, 88㎡ 규모지만 수용인원은 80명, 106명이었다.

대국민 민방공 훈련이 오는 8월 23일로 잠정 예정된 가운데 대피시설 수용인원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대피시설 1인당 면적이 전반적으로 작아 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한 데다 대피시설로 주로 사용되는 지하 주차장의 경우 차량으로 채워져 있을 때가 많아 이를 고려해 수용인원을 책정해야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2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대피시설 최대수용인원은 대피시설 면적을 1인당 면적으로 나눠 산출된다. 일반 도심지 등 서해5도 및 접경지역 이외 지역에 지정되는 공공형 대피시설의 1인당 면적은 0.825㎡다. 민방위 대피시설 구축·지정 규정에 따르면 1인당 면적 기준은 성인 1명이 가부좌 자세로 앉을 수 있는 수준으로 정해졌다. 반면 서해5도 및 접경지역에 설치되는 정부지원 대피시설의 1인당 면적은 1.43㎡다.

지하 주차장 차량도 가볍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서울 중구 황학동 베네치아몰 지하 3∼4층 지하주차장은 대피시설로 지정돼 있는데 이 건물은 주상복합시설이라 대형마트, 아파트 단지 등과 연결돼 주차장은 항상 차량들로 가득 차 있다. 최대수용인원은 4만8358명인데 주차 차량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경우 과연 대피시설로서의 기능을 다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1일 이상의 장기 대피가 필요한 경우까지 대비해 대피시설 1인당 면적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국가전략연구원의 ‘주민대피시설 확충 실태분석 및 기준개선 연구’ 보고서에서 권장하는 1인당 최소 면적 기준은 2.475㎡다. 이는 취침공간(1.65㎡), 화장실 공간(0.33㎡), 식당공간(0.33㎡), 관리창고 공간(0.165㎡)을 고려한 수치다.

해당 보고서는 “북한군 위협 양상을 고려할 때 최소 1일 이상의 도발을 고려한다면 최소한의 의식주가 가능한 공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령 스위스, 독일 등은 대피시설 1인당 면적으로 각각 3.30㎡, 1.98㎡를 적용하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대피소에 환기장치가 안 돼 있는 상태서 밀집도가 높아지면 호흡 곤란, 폐쇄공포증 등도 느낄 수 있다”며 “장애인, 임산부 등 취약계층을 고려해 1인당 면적을 넓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군찬 기자 alfa@munhwa.com
김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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