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사무용품비 상반기 지출
공사 발주·계약 등도 앞당겨


“기획재정부 공문대로 사무용품비는 조기에 발주하고, 다음 달 기타 여비는 이달 안에 정산해야 합니다.”

재정 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서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상반기 예산 집행을 밀어붙이면서 일선 공무원들은 마땅한 용처를 찾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중앙부처의 A 주무관은 올해 담당과 예산 집행을 서두르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20일 털어놓았다. A 주무관은 “7월에 출장비와 기타운영비가 발생하는 위원회 예산 집행을 이번 달에 마무리하고, 올해 사무용품비는 상반기에 대부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함부로 예산을 썼다가 추후 감사 과정에서 지적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예산 삭감을 막으려면 기재부 뜻대로 예산을 최대한 털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부처의 B 과장은 “정부 사업은 사후에 정산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연말에 많은 예산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불필요한 곳에 예산을 소모해버리면 하반기에는 재정이 부족할 게 뻔하다”고 말했다.

재정 당국인 기재부는 상반기 종료를 열흘가량 앞두고 공무원들의 각종 수당도 조기 집행 항목 대상으로 삼고, 정부부처들을 독촉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달 초 전 부처에 공문을 보내 공무원들에게 성과급 명목으로 주어지는 올해 상반기 정근수당과 상반기 연가보상비는 다음 달 첫 은행영업일(7월 3일)에 지급한 뒤 6월 지출 항목에 반영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공무원들의 6월 초과근무 실적분은 이달 중 정산해 지급하고, 공무원을 보조하는 공무직근로자의 연가보상비도 이달 내 선지급을 재촉했다. 중앙부처에서 예산을 담당하는 또 다른 공무원도 “지난해 부처 간 협의로 잡은 집행률 목표치를 기재부가 상향 조정하는 등 올해 초부터 예산을 신속히 집행하라는 압박이 심했다”며 “기존에 계획된 공사 발주와 계약 등도 당겨서 쓰고,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비목들도 서둘러 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무리한 예산 집행은 하반기 재정 부족을 초래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물가 상승 압박은 커질 것”이라며 “취약계층에 대한 ‘핀셋 지원’ 외에는 불필요한 정부 지출을 줄여 물가를 확실히 잡은 뒤 금리 인하 시기를 앞당겨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게 하는 정부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
전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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