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지난주 현대자동차 불법파업에 참가한 사내하청 노조원들에 대해 개별적으로 배상책임을 따져야 한다고 판결함으로써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판결은 현행 법체계와도 맞지 않고 종전 대법원의 입장과도 다를 뿐 아니라, ‘노조법(제2, 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안)’의 국회 심의 중 나왔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의문을 갖게 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동불법행위에 대해 연대책임을 묻도록 하고 있는 현행 법체계 및 판례에 명백히 배치된다는 점이다. 민법 제760조(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에 따르면, 여러 사람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보인 경우, 이에 대한 손해는 공동불법행위자가 연대해서 책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책임은 ‘부진정(不眞正) 연대책임’이므로 공동불법행위자 중 한 사람이 손해를 전부 배상할 경우 모든 채무가 소멸되는 게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은 노동법 영역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종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다수 근로자들의 불법행위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이들에게 연대책임을 부과하는 법리가 정착돼 있다. 그런데도 대법원이 종전 판례와는 달리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특별히 개별적으로 손해액을 산정토록 한 것은 명분도 설득력도 부족할 뿐 아니라, 구체적인 입증을 어렵게 하여 사실상 손해배상 청구를 어렵게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우선, 공동불법쟁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조합원 개개인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손해액을 개별적으로 산정하라고 판시했는데, 이는 공동불법행위자들이 부담하는 손해에 대해 책임비율을 개별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손해배상 법리와 결을 달리한다.
각계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대법원은 이례적으로 추가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판결이 공동불법행위 및 부진정 연대책임의 원칙을 부정한 게 아니라 기존의 판결에서 인정한 ‘책임 제한 비율 개별화’ 법리를 적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법이 제시한 사례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이며, 적어도 공동불법쟁의에 대해서는 부진정 연대책임의 법리가 정착돼 있다는 점에 비춰 이번 판결은 매우 이례적이다.
결국,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책임을 개인별로 그 귀책사유와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으로 산정토록 하는 경우에는 사실상 입증을 어렵게 하여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한 면책을 줌으로써 결과적으로 불법파업을 조장할 우려가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또, 기업 측에서는 파업에 따른 소송에 대비하여 파업 초기부터 증거를 수집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 등 사업장 내 혼란 가중이 우려된다.
이외에도 이번 판결은, 민주당이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동일한 취지의 노란봉투법안과 시기적으로 맞닿아 있어 혹시 사법부와 정치권이 사전에 교감을 하지는 않았는지 많은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러다 보니 세간에서는 정치로부터 가장 초연해야 할 대법원이 고도의 입법행위를 넘어 정치행위까지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비판을 자초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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