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이 입을 맞춘 듯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낮추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도 한국의 순위는 추락했다. 경제 상황과 데이터 분석의 결과인 국제기구 전망치와 달리 IMD는 각국 기업 종사자에 대한 설문을 통해 순위를 결정한다. 국제기구와 IMD의 조사 방식은 다르지만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일치한다.
IMD는 64개 국가의 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국가 경쟁력 항목을 설문으로 조사하고 그 순위를 발표한다. 경제 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및 인프라가 구성 항목이다. 정부와 기업의 효율성에 대한 평가가 가장 주목받는데 한국은 정부 효율성 평가가 특히 부진하다. 정부 효율성의 2가지 세부 항목은 재정과 기업 여건이다. 재정은 2022년에는 32위였으나 2023년에는 40위로 추락했고, 기업 여건도 48위에서 53위로 밀려났다. 기업 효율성의 2가지 세부 항목인 생산성은 36위에서 41위로, 금융은 23위에서 36위로 떨어졌다.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급격한 국가채무 누적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재정 순위를 추락시켰다.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로 인한 기업 세금 인상 가능성이 기업 여건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기업 효율성에서 생산성 순위의 하락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및 노동시간 규제의 부정적 영향이 반영됐을 것이고, 금융은 주택 가격 하락과 무역수지 적자 등 리스크 확산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IMF와 OECD의 성장률 전망치보다는 IMD 국가 경쟁력의 구성 항목별 평가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등 노동 규제와 법인·소득세 인상은 기업가의 투자 의욕을 떨어뜨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은 급증했다. 과거에는 저세율 국가가 선호됐으나, 한국 홀로 법인세가 인상된 후로는 미국과 유럽으로의 이전도 늘었다. 권력화한 대기업 노조의 눈치를 보느라 정규직 신규 채용은 줄었고, 비정규직과 청년 실업의 참상은 더 나빠졌다. 이런 사정을 훤히 알고 있는 국제기구와 IMD가 한국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계속 내놓고 있다.
기업가의 의욕을 되살리고 재원을 마련할 길이 열려야 투자와 고용이 살아난다. 법인세를 낮춰 이익 유보가 투자 확대로 연결되게 해야 한다. 경영권 할증을 포함하면 최고 65%까지 치솟는 상속·증여세로는 정상적 기업 승계가 불가능하다. 자녀가 경영을 계속한다면 피상속인의 주식 취득 가격을 그대로 승계하고 자녀가 주식을 처분하는 시점에 차액 전부를 양도소득세로 정산하는 자본이득세 방식을 속히 도입해야 한다.
제때 일자리를 못 구해 놀고 있는 50만 청년을 위한 특단 대책도 시급하다. 삼성전자의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처럼 수료 후 다른 회사에 취업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기본 생활비까지 보조하면서 기술을 습득시키는 사회 공헌 활동이 확산돼야 한다. 노동법 규제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고 소득세법상 사업소득자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한시적으로 일하는 방안을 마련해 조선업 현장 등에서 기술을 배울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기업가의 투자 의욕이 살아나야 경제의 성장동력을 되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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