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구계에는 아주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고양 오리온을 인수하며 프로농구리그에 의욕적으로 합류했던 데이원스포츠가 지난달 16일 한국프로농구연맹(KBL)에서 전격 제명됐다. 1997년 프로농구가 시작된 이래 유례없는 일. 코로나19 침체기 이후 모처럼 피어오르던 농구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데이원자산운용의 스포츠 법인인 데이원스포츠는 1년 전 이맘때 출범했다. 네이밍 스폰서인 캐롯손해보험의 지원을 받아 캐롯 점퍼스로 뛰었다. 신생이지만 허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을 스포츠총괄 대표이사로, 허 대표의 막역한 후배인 김승기 전 KGC 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해 제법 묵직한 진용을 갖췄다. 그러나 그사이 구단 경영과 재정은 속으로 곪아 갔던 모양. 출범 후 얼마 지나지 않아 15억 원의 가입비 중 1차분 5억 원의 납부를 지연할 때만 해도 뭔가 사정이 있겠거니 했는데, 선수단과 스태프의 임금이 수개월 이상 밀렸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충격을 줬다.
팬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중의 하나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며, 이 지경에 이르도록 내버려둔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느냐는 것이다. KBL은 그동안 여러 차례 문제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다. 부실이 드러났던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모기업으로 하는 데이원자산운용이 오리온을 인수해 리그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자격 검증에 소홀했다. 또, 선수와 스태프의 임금 체불 사태가 불거질 때까지 무지하고 무능했다. 다른 구단으로의 인수, 연고지 이전 등이 검토됐다고 하나 다 무산됐다. 겨우 제시한 게 선수 구제를 위한 ‘특별 드래프트’, 그리고 허 전 대표에 대한 농구계 퇴출 조치다. KBL은 데이원스포츠를 제명하면서 동시에 허 전 대표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향후 리그 소속 구단의 대표나 임원, 코칭스태프 등으로 등록할 수 없도록 했다. ‘농구 대통령’이자 레전드로서 최악의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
한국 농구계에서 허재라는 이름값은 얼마나 대단한가. 허 전 대표는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데이원스포츠 퇴출 때 허 전 대표의 해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었다. “농구인으로서 선수들을 끝까지 책임져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면서도 오히려 “제안을 받고 들어갔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 나도 월급을 두 번인가 받은 게 전부이고 이후로는 전부 내 돈을 쓰면서 있었다. 어떻게 보면 나도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온 것”이라고 변명했다. 스스로 ‘바지 사장’이었던 것을 인정한 셈이다.
적어도 농구 대통령이라면 달랐어야 한다. 당장 실업자가 된 선수들이나 스태프의 마음은 어떠한지, 그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청취했어야 한다. 그런데 하물며 허 전 대표는 이 엄중한 시기에 의외의 곳에 이름을 올려 팬들을 더욱 허탈하게 하고 있다. 한 방송사가 새로 시작하는 스포츠 예능에 농구계의 대표성을 띤 출연자로 등장한다. 그는 정녕 농구 대통령이 아니라 ‘전문 예능인’이 되고 싶은 것일까.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허재가 앞장서면 뭔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하던 농구인들의 푸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농구 대통령의 선택과 결단이 참으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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