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오골계와 혼동하지만, 진짜 한국의 토종닭은 ‘연산 오계(烏鷄)’다. 볏과 피부, 부리에서부터 눈과 발톱, 뼈까지 검은색인 이 닭은 나뭇가지로 날아올라 잎사귀를 쪼아 곤충을 잡아먹고, 알곡보다 풀을 더 좋아하는 등 야생조류와 비슷한 습성을 지녔다. 동의보감에 “머리부터 발톱까지 모든 부위가 약재로 쓰일 수 있다”고 기록될 정도로 ‘특별한 동물’이었는데, 일제강점기인 1930∼1940년대 다른 품종의 도입으로 쇠퇴하기 시작했다. 멸종 위기종으로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영국의 음식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10년 넘게 세계를 다니며 다양한 음식을 취재해 쓴 책은 오계를 “지구상 가장 희귀한 닭” “놀랄 만큼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생김새”라고 묘사한다. 그러면서 이 닭이 사라지는 건 한국 역사와 한국인 영혼의 한 부분을 잃는 것과 같다고 설파하는데, 이는 오계뿐 아니라 탄자니아의 ‘하드자꿀’, 덴마크의 ‘납작 굴’, 베네수엘라의 ‘크리오요 카카오’에 이르기까지, 그가 선정한 ‘사라져 가는 음식’ 34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우리와 함께 진화해 온 음식들은 그 자체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음식에 얽힌 역사, 정치, 문화, 공동체, 풍미에 관한 흥미롭고 특별한 사연들을 소개하는 책은, 궁극적으로 ‘음식의 종말’이 생물 다양성의 위기, 인류의 위기라고 경고한다. 여름에도 냉면과 빙수를 먹을 수 있고, 동네 마트에만 가도 신선한 열대 과일을 살 수 있고, 아주 작은 시골 마을에서도 미국의 브랜드 버거를 먹을 수 있는 것. 책은 인류의 음식 경험이 비슷해지는 것이 세계화의 거대한 성과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지구를 ‘폭력적’으로 지배한 결과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 삶이 균질화되는 동안, 즉, 먹거리의 대량생산이 이뤄지는 동안, 넓은 삼림이 밀리고, 해양의 야생성이 사라지고, 결국 동물과 식물 100만 종이 멸종위기에 몰렸다.
음식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먹거리가 아니다. 이를 제공하는 동물과 식물은 우리와 공생하는 ‘비인간’ 존재다. 저자는 음식을 대하는 과거의 ‘전통적인 방식’에서 생물에 대한 경외심과 존중심을 엿볼 수 있다면서, 그 ‘마음’을 되찾아야 사라지는 음식들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하나의 세계를 구하는 일이 되고, 결국 인류를 구할 것이라고. “우리는 존재하는 다양성을 인식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그것이 존재하는 줄 알게 되면 그것을 지키는 데도 힘을 보태야 한다.” 632쪽, 2만89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