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 인터뷰 - ‘모기 박사’ 이동규 고신대 석좌교수
지구촌에 무려 3600종 번성
온난화영향 활동범위 넓어져
온대지역서도 열대모기 나와
WHO, 박멸 대신 “조절 목표”
가장 좋아하는 온도 25~27도
번성기 7·8월→7·9월로 변화
물린 곳에 침바르면 감염 위험
검은색·빨간색 옷은 피하도록
천적 미꾸라지 활용, 유충 방제
초음파 퇴치기는 별 효과 없어
부산=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
“모기는 체장(體長) 3∼6㎜에 체중은 3㎎밖에 안되지만 1억 년 전 중생대부터 지구의 세찬 변화를 이겨낸 생태계의 강자입니다. 모기한테 안 물려본 사람이 없고, 피해도 막심합니다. 모기를 연구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가는 과정이 재미있어 천직이 됐죠.” 본격 모기 철을 맞아 40여 년간 모기를 연구해 온 ‘모기 박사’ 이동규(70)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를 지난 13일 만났다. 이 교수는 고신대 영도캠퍼스 연구실과 모기 실험실·사육실 등에서 연구에 여념이 없었다. 사육실의 5∼7㎝ 깊이의 철판 수조에는 모기 유충인 장구벌레와 번데기가 자라고 있었다. 채집 시기·장소와 종류 등이 명명된 10여 개의 모기 성충 상자에는 상자당 2000마리 이상의 모기가 ‘웽웽’거리며 날아올랐다.
이 교수는 “인체에 각종 유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로 인해 전 세계에서 말라리아로 50만 명, 뇌염·뎅기열·황열병 등으로 20만 명 등 연간 총 70만 명이 사망한다”며 “열대·중동 지역에서 발생하던 웨스트나일 바이러스가 온대 지역인 미국 뉴욕에서 나오는 등 지구 온난화로 모기의 활동 범위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기온이 올라가면서 모기의 출현 시기도 빨라져 뇌염모기 등을 조심해야 합니다. 모기가 가장 좋아하는 최적 온도는 25∼27도입니다. 너무 더우면 수명이 짧아지고 활동력이 약해지죠. 또 강우량이 많아도 유충의 생존에 방해가 돼요. 4∼5년 전부터 국내 한여름인 8월의 기온이 너무 높다 보니 번성기가 7월과 8월에서 이제는 7월과 9월로 옮겨지는 추세입니다.”
이 교수에게 모기의 모든 것과 물리지 않는 방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어떤 사람이 모기에게 잘 물리나.
“피를 빠는 모기는 암컷이다. 산란을 위해서 수컷처럼 식물의 즙액만 먹고 살기에는 부족하다. 모기는 근시여서 냄새를 맡고 접근한다. 동물의 호흡과 체취에서 발산하는 이산화탄소와 대사 부산물인 젖산, 아미노산, 체온·습기 등에 의해 유인된다. 한마디로 냄새 나고 열이 높은 사람을 좋아한다. 대체로 몸의 표면적이 넓어 뚱뚱하고 땀이 많은 사람이다. 따라서 땀을 흘리고 난 후에 깨끗이 씻어야 한다. 발 냄새도 좋아해 빨지 않은 운동화에 모기가 덤벼들 정도다. 술을 먹고 발산하는 냄새와 여성들의 생리 기간에 나는 냄새도 포함된다. 꽃향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향수를 사용해도 잘 물린다.”
―체질과 연령대, 혈액형에 따라 다를 수도 있나.
“대사 작용이 활발한 사람은 호흡에서 배출 물질이 많아 모기에게 잘 물린다. 걸음걸이 등이 빠르고 활동적인 사람과 임산부, 어린이 등도 여기에 해당된다. 모기가 흡혈하는 피는 위에서 바로 흡수해 소화되므로 혈액형과 상관없다. 모기 한 마리에게 여러 번 물리는 경우도 있는데, 사람이 뒤척거려 한 번에 충분한 흡혈량을 채우지 못해서다. 모세혈관을 잘 찾지 못해 주둥이로 여러 번 찌르기도 한다.”
―모기가 좋아하는 색깔은.
“밝은색은 싫어하고 어두운색을 좋아한다. 따라서 산행을 할 때는 하얀색, 노란색 계열 등 밝은색 옷을 입는 것이 유리하다. 모기는 오래전부터 밝은색 배경에 앉으면 잘 잡히고 위험하다는 것을 아는 쪽으로 진화했다. 그런데 다양한 색상을 구분하는 인간과 달리 모기의 눈은 구분력이 약해 빨간색은 어두운색으로 간주한다. 검은색, 빨간색 계열을 피해야 하는 이유다.”
―물렸을 때 침을 바르는 것은 어떤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인간의 침에는 1억 마리 정도의 세균이 살고 있어서 모기에게 물린 자리를 통해 체내로 세균이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린 자리를 긁어 생긴 상처에 침을 바르면 오히려 감염의 위험이 커진다. 가려울 경우 침보다는 소독용 알코올이나 물파스를 바르면 시원함까지 느낄 수 있어 더 낫다.”
―퇴치 방법은.
“보통 뿌리는 살충제와 살충제 성분을 이용한 모기향과 전자매트가 있다. 살충제는 사람이나 가축에게도 해롭지만, 모기가 죽을 정도의 적은 양으로는 크게 위험하지 않다. 그러나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노출되면 어린이 등의 건강에 좋지 않다. 따라서 1시간 정도 문을 닫고 모기가 다 죽었다 싶으면 환기 상태로 두는 것이 효율적이다. 모기향과 전자 매트의 성능은 비슷하나 모기향은 불에 태우는 방식이어서 화재의 위험이 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방법이 있나.
“전기 모기채를 사용한다. 성가시게 날아다니는 모기를 직접 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의할 점은 보통 모기는 사람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이다. 팔을 펴서 멀리 휘두르면 포획에 실패한다. 팔을 굽혀서 얼굴이나 몸 가까이에 대면 훨씬 효과적이다. 모기 한두 마리 때문에 밤새도록 잠을 설치기도 하는데 불을 켜면 모기는 벽이나 커튼에 붙어 있다. 천장에는 별로 없다. 전기 모기채로 가까이 대면 쉽게 잡을 수 있다. 어린이 등에게는 효과 면에서 전통적인 모기장이 최고다. 요즘은 고성능 텐트처럼 바닥에서 바로 펴고 접을 수 있어 매우 편리해졌다.”
―첨단 기술을 이용한 퇴치 방법도 있다는데.
“최근에 웰빙 바람을 타고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퇴치법이 소개되기도 한다. 수컷 모기의 비행음을 이용한 스마트폰 모기퇴치 앱은 한 종류의 모기만 있다면 최대 33%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교미한 산란기의 암컷 모기가 계속 덤벼드는 수컷 모기를 싫어하는 점을 이용해 수컷 모기의 비행음 주파수의 6개 음파를 내보내는 방식이다. 초음파 발생 장치를 이용한 퇴치기는 모기가 초음파를 감지하지 못해 효과가 없다.”
―집에서 기본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창문에 설치한 방충망에 작은 구멍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2㎜ 정도의 구멍만 있어도 모기는 자기 몸을 최대한 움츠려서 비집고 들어온다. 따라서 방충 창틀 및 창틀 사이와 벽이 만나는 곳에 틈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실리콘을 이용해 틈새를 단단히 막고 주위에 모기 기피제나 살충제를 수시로 바르거나 뿌려두면 된다. 모기는 출입문에 붙어 쉬다가 문을 열 때 들어오므로 미리 출입문에 뿌려 앉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모기는 바람에 쉽게 날려 고층 아파트로 직접 올라올 수는 없지만, 계단이나 승강기를 통해서 올라가 문 안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
―주거지에 따라 모기 출현이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건물과 단독주택 정화조의 모기 유충 서식 여부다. 성충이 된 모기가 정화조나 배수관에서 배관을 통해 올라간다. 따라서 아파트 베란다에 있는 배수관이나 욕실의 배기 장치에도 마개나 거름망을 씌워야 한다. 유독 모기가 많이 발생하면 대부분 보일러실이나 근처 하수구, 정화조가 근원지다. 특히 보일러실이 있는 경우 폐수 탱크 내의 물이 산란 장소가 된다. 따라서 폐수 탱크와 집안의 화분 물받이까지 물이 고이지 않도록 자주 비워야 한다.”
―방제를 위해 천적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는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천적은 미국의 ‘모기어(Mosquito fish)’다. 소형 어류인 모기어 한 마리가 하루에 모기 유충 350마리를 포식한다. 전남의 유기농 논에서 자생하는 미꾸라지에 의해 모기 유충 서식 밀도가 감소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 추후 연구에서 미꾸라지 한 마리가 하루에 모기어보다 3배 이상인 1100마리를 포식하고 생존력도 월등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따라서 국내 보건소에서 미꾸라지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앞에 언급한 폐수 탱크 등에도 미꾸라지 한두 마리를 약간의 먹이와 함께 넣어주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야외 활동을 할 때 모기를 피하는 방법은.
“산에서 몰려드는 모기를 쫓기 위해 팔을 휘젓는 행동은 냄새를 증가시켜 모기를 더욱 자극할 뿐이다. 이때는 모기 기피제를 바르는 것이 좋다. 모기에게 덜 물리려면 밤에 바깥에서 활동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모기 티셔츠도 개발돼 시판되고 있다. 섬유에 천연 모기 기피제가 담긴 작은 캡슐을 넣어 모기로부터 보호막을 형성해 주는 옷이다.”
―모기는 해롭기만 한 곤충인가.
“모든 생물은 생태계에서 존재 이유가 있다. 모기는 종수와 개체 수가 많은 먹이사슬의 아래쪽에 있다. 유충이 물속의 오염 영양물질을 먹어서 일부 정화하고, 잠자리, 새, 박쥐 등의 먹이 역할을 해서 에너지를 전달한다. 나비와 꿀벌처럼 식물의 당즙이나 꿀도 빨아 꽃가루를 옮겨 수분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동물들의 피를 빨다 보니 각종 질병을 옮기는 게 문제다.”
40년간 모기 연구해온 최고 권위자… ‘미생물 살충제’ 발명특허도
■ 이동규 교수는…
“모기 많은 곳가면 기분 좋아
채집 쉬워 다양한 실험 가능”
“모기가 많은 곳에 가면 기분이 좋습니다. 쉽게 채집해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다른 사람과 정반대죠.”
이동규 교수는 40여 년간 모기 연구에 천착해 온 이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다. 이 교수는 경희대 생물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모기 등 해충에 관심을 갖고 국립보건연구원 매개곤충과 생물방제실에서 보건연구사로 6년을 근무했다. 연구가 너무 재미있어 재직 기간에 휴가 한 번 가지 않았다고 한다. 더 공부하고 싶어 미국 텍사스 A&M 대학원에서 위생곤충학 및 곤충생태학전공(모기 생태)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1990년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로 임용되고 나서도 연구실은 밤에 불이 꺼지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퇴근을 하지 않자 학교 경비원이 이상하게 여겨 확인할 정도여서 미안한 마음에 커튼을 내리고 계속 연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파리와 바퀴벌레는 환경 위생 수준이 올라가면서 많이 사라졌지만, 모기는 다양한 서식 환경 때문에 현재 3600종이 있고 한국에만 56종이 번성하고 있다”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목표를 ‘박멸’로 하지 않고 ‘조절(컨트롤)’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연막 소독 등만 하다 2013년부터 유충 방제가 시작됐죠. 공무원들을 상대로 모기 퇴치 방법을 전수하거나 현장에서 방제 방안을 강구하느라 요즘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는 한국곤충학회 회장, 고신대 자연과학대·보건복지대 학장, 질병관리청 기후변화 질병 매개체 감시센터장 등을 지냈거나 맡고 있다. 전문학술지 게재 논문 수 106편에, 전문 학술대회 발표 수는 184회에 이른다. 7권의 책을 냈고 미생물 살충제 관련 발명특허도 있다. 감염병 관리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 교수는 “방제에 성과가 있을 때 보람을 많이 느낀다”며 “스타트업 등에서도 제의가 있었지만, 경영에 뛰어들면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없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학생 교육에 대해서도 그는 “실험실에서 학생들과 같이 식사도 하면서 인성교육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며 “우리 과 학생들은 환경위생 등 분야의 관련 자격증을 딸 수 있고 전염병 방제 관련 공공기관 등에 취업도 매우 잘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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