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꽁꽁 얼어붙었던 아파트 분양시장에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온기가 돌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서울 분양 단지 1순위 평균 경쟁률은 49.85대 1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분양가는 계속 치솟고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합니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최근 10년 사이 2배 이상으로 올랐습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3474만 원으로, 2013년(1638만 원)에 견줘 112.1% 상승했습니다. 3.3㎡당 연평균 약 184만 원씩 분양가가 뛴 셈입니다. 더 큰 문제는 분양가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도 작다는 점입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철근 등 아파트 공사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이 뛰었습니다. 건설 현장이 인력난을 겪고 있으니 인건비도 계속 오릅니다. 또 ‘제로에너지 로드맵’에 따라 내년부터 30가구 이상 민간아파트는 에너지 자립률 20%를 달성할 수 있게 지어야 하므로 자재비와 시스템 구축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게 추가된 비용은 분양가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분양가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금리 인상이 멈추고 급매물 소진, 거래량 증가 등 현상이 나타나며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우려하던 목소리는 상당히 잦아들었습니다. 그러나 경기 침체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에 주택거래가 당장 예전처럼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게 맞나’ 싶은 수준으로 분양가가 계속 올라가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미분양이 다시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분양이 잘 되더라도, 분양가 인상이 전반적 집값 상승을 자극하게 된다면 역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중산층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만 더 어려워집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분명 지나친 분양가 인상에 대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시멘트 수급 안정화, 불필요한 비용상승을 유발하는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등을 계속 추진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집값을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아파트 수요자들의 인식이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호화 리조트 같은 아파트만 원해서는 공사비도 분양가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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