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홍천군 서면 밤벌유원지 인근 홍천강에서 카약타기 프로그램에 참가한 체험객들이 카약 안전교육을 마친 뒤 출발 직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24일 홍천군 서면 밤벌유원지 인근 홍천강에서 카약타기 프로그램에 참가한 체험객들이 카약 안전교육을 마친 뒤 출발 직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 농촌愛올래 - 2023년 농촌관광 사업
(7) 강원도 홍천군 ‘보리울권역’

팔봉산 끼고도는 홍천강 ‘절경’
배바위 근처선 ‘카약타기 체험’
수심 얕아 초심자에 안성맞춤

저녁엔 보리울 수제맥주 축제
맥아비율 높아 풍부한 맛 뽐내
특산물 활용 관광 아이템으로


홍천 =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배바위 경치도 좋지만 물놀이 프로그램이 훨씬 재밌네요.”

물에서 이어달리기를 한창 즐긴 10여 명의 20∼30대 남녀들이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하면서도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처음 배운 카약을 타고 30분가량 노를 저어 온 배바위 인근에서 이들은 수중 기마전 등 어린 시절 해봤을 법한 놀이에 흠뻑 취한 상태다. 진행자의 지시에 따라 갖가지 물놀이를 즐기느라 배바위 경치는 오히려 뒷전이다. 홍천강 배바위 풍경은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하지만, 장마가 오기 전인 6월 말 태양 아래서 즐기는 물놀이에 비길 바는 아니다.

지난 24일 이들을 인솔한 조현우 업타운 이사는 “오늘 모인 체험객들은 서울·수도권에서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카약체험과 함께 수심이 얕은 배바위 근처에서 진행하는 물놀이 프로그램에 매우 만족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물놀이보다 힐링이 목적인 이들은 조용히 노를 저으며 시원한 강바람과 주변 풍광에 감탄하곤 한다.

강원 홍천군 보리울마을과 무궁화마을이 속한 ‘보리울권역’의 여름철 대표 체험행사인 ‘카약타기’는 아이디어 많은 청년이 직접 참여해 세부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인터넷 ‘홍천애(愛)홀릭’에서 ‘히비스커스 빌리지 카약이용권’을 구매해 즐길 수 있다. 보리울권역센터 옆, 노지캠핑의 성지로 불리는 모곡밤벌유원지 홍천 강가에서 출발한다.

옛날부터 보리농사가 잘돼 ‘보리울’이라 불리는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한서 남궁억 선생이 무궁화 보급 운동을 시작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서울∼양양고속도로가 지나는 이곳은 서울에서 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장락산, 팔봉산 등 자연풍광이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팔봉산을 끼고 도는 홍천강은 보리울권역의 최대 관광 자산이다. 수심이 깊지 않고 풍경도 좋아 카약 초심자들이 즐기기 안성맞춤이다. 이곳에선 국가공인자격증을 보유한 카약 전문가들이 카약 대여는 물론 위험시 대처법 등 안전교육도 맡고 있다. 홍천강 수심이 얕지만, 구명조끼 착용 등은 철저하게 지키며 물놀이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여름철 카약체험과 물놀이는 체험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카약 운영을 담당하는 박재상 씨는 “체험은 1시간가량이지만 사전에 카약 타는 법을 가르치며 안전교육도 함께 진행한다”고 전했다. 오늘처럼 여행객모집 프로그램을 통해 단체로 오는 체험객들도 있지만, 가족, 연인끼리 와서 간단하게 교육을 받고 카약체험도 가능하다.

홍천 보리울마을에서 만든 수제맥주가 오는 8월 20일까지 열릴 수제맥주축제 기간에 판매된다.
홍천 보리울마을에서 만든 수제맥주가 오는 8월 20일까지 열릴 수제맥주축제 기간에 판매된다.


햇볕을 오래 쬔 탓일까? 이날 저녁에 벌어진 수제맥주와 바비큐는 동날 정도였다. 이날은 올해 보리울마을 수제맥주축제가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권역센터 보리울캠프장 옆에 마련된 바비큐 파티장에 모인 체험행사 참가자들은 낮 동안 뙤약볕에서 카약을 타느라 소진한 체력을 맥주와 바비큐로 채우느라 정신없는 모습이다. 서울에서 왔다고 밝힌 한 20대 커플은 “에일 맥주 맛이 나는 데 정말 맛있다”며 “바비큐도 수준급이라 수제맥주와 너무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보리울마을 수제맥주축제는 지난해부터 시작됐지만 올해가 말 그대로 ‘제대로’ 된 축제가 될 전망이다. 이강목 홍천군농촌문화터미널 센터장은 “보리울이란 마을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지금은 옥수수농사를 많이 짓지만, 일제강점기 이전까지 보리농사를 많이 짓던 곳”이라며 “레시피를 직접 배우고 개발해 지난해보다 맛과 향이 한층 더 풍부한 수제맥주가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천군 내 7개 면마다 휴양마을이 있는데, 각 마을에 수제맥주 제조시설이 갖춰져 있다. 그중에서 보리울마을이 가장 먼저 수제맥주를 만들었다. 맥주에 사용되는 홉과 보리의 양이 일반 맥주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물 40ℓ에 맥아가 10ℓ를 차지할 정도여서 맛이 매우 진하고 깊다. 금년 수확한 보리로 1달가량의 숙성을 통해 완성된 맥주는 올해 당국으로부터 외부 판매허가까지 최초로 받았다. 축제에 사용되는 것뿐만 아니라 외부 판매까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 센터장은 “홉 향이 강하고 6.5∼7도 정도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반 맥주보다 맛이 풍부하다”며 “올해 홍천군 차원에서 열리는 별빛 맥주 축제에 1000병 이상 공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센터장뿐만 아니라 보리울마을 체험관광 관계자들도 수제맥주축제에 거는 기대가 크다. 물가에서 즐기는 카약체험과 맛좋은 지역 특산물로 만든 맥주가 자연을 찾는 관광객들을 사로잡기 충분할 정도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여름 이외의 계절에는 무궁화 우산 만들기나 인절미 만들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가동된다. 강옥희 홍천농촌지역관광사업단 사무처장도 “수제맥주를 체험관광 아이템으로 만드는 데 3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전했다. 그저 그런 농산물을 수확하는 것만으로는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판단에 특산물을 활용한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강 처장은 “올해 수익을 내는 것보다 홍천 지역의 수제맥주를 전국적으로 널리 알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이강목 홍천군농촌문화터미널 센터장

“고령화 위기를 기회로… 외부 젊은이와 소통·협업으로 마을에도 활력”



“소비자들이 정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관광 상품으로 농촌체험관광을 다시 살려야죠.”

이강목(사진) 홍천군농촌문화터미널 센터장은 올여름을 홍천군 농촌관광을 다시 회복시키는 시작점으로 보고 있다. 무궁화마을 출신인 이 센터장은 13년째 홍천 지역의 농촌관광을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이 센터장은 “무궁화마을 이장을 맡으면서 마을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찾다가 농촌관광을 시작하게 됐다”며 “보리울·무궁화 마을 일대는 농촌체험관광이 매우 활성화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곳도 한때 코로나19 충격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단체관광 손님을 받지 못해 수익을 낼 수 없었다. 특히 보리울마을에 260가구, 무궁화마을에 100가구 정도 거주하고 있지만 지역에 청년들은 부족하고, 어른들이 모두 나이가 많아 운영할 사람을 구하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이 센터장은 위기를 기회로 돌렸다. 그는 “인력 문제는 외부의 젊은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며 “카약 체험이나 우리 지역의 우수한 관광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젊은이들과 소통하며 서로 이익이 되는 방안을 찾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곳의 대표 체험프로그램인 카약체험은 청년기업인 ‘업타운’이 모객과 함께 세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서울에서 운영하는 송강카누학교의 카약 강사들이 카약 타는 법과 안전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수제맥주 역시 홍천 농촌체험관광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주요 아이템이다. 술도 못하는 이 센터장이 직접 전문가에게 맥주 제조법을 배우고 맛을 보며 만들었다. 이 센터장은 “특산물이 보리인데 이걸 그냥 판매하면 그저 그런 상품에 불과했을 것”이라며 “맥주 원료가 보리라는 점을 착안해 상품화하자고 설득해 3억 원가량의 예산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보리의 고장에서 나는 맛좋은 수제맥주가 지역 경제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이 센터장은 “농촌체험관광을 운영하는 데 인력난 등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결국 지역에 애착을 갖고 오랜 기간 운영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홍천강 별빛음악맥주축제에서도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장담했다.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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