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워인터뷰 -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스웨덴서 육아휴직제 벤치마킹
권리라는 인식까지는 못 가져와
라떼파파 없고 노키즈 존 많아
대기업도 눈치 보며 휴직 신청
기업들 가족친화경영 선언하길
아이 낳게 할 대책 시급하지만
현금정책, 효과도 지속도 의문
방과후 초등돌봄시간 확대처럼
실질적 양육 프로그램 지원해야
인터뷰 = 김충남 사회부장, 정리 = 이현웅 기자
‘아이·가족 친화적 문화, 청년의 마음을 얻는 진정성, 인구위기 대응 한국형 모델, 저출산 해결을 위한 정부·기업·국민 총력 대응 체제.’ 김영미(47)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8층 부위원장실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던진 화두다.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으로 가족 문제를 15년간 연구해온 김 부위원장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이 지난해 세계 최저 수준인 0.78명으로 추락한 상황에 대해 “사회 전반적으로 일 중심·경쟁보다 삶의 질을 추구하고, 가족·아이와 함께하는 삶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도록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상당히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가족 친화적인 기업과 사회로 가는 길만이 저출산 문제 해결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삶과 결혼·출산 인식의 변화를 저출산 정책이 따라가지 못한 것도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결혼과 출산, 양육을 담당할 청년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해야 저출산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는 청년층을 둘러싼 고용, 집값, 사교육비, 수도권 집중 등 경제·사회적 구조를 개혁하면서 양육·보육, 양성평등, 가족문화 개선에 집중하는 ‘한국형 인구위기 대응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는 구상으로 이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앞장을 서고, 기업이 뒷받침하며,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위기 대응 총력 체제 구축 방안을dv 내놨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임명된 지 1개월 만에 장관급인 부위원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런데 초고난도 ‘킬러 문항’인 인구위기 해결 대책을 고민하느라 6개월 새 살이 홀쭉 빠졌다고 한다. 그는 정치인 출신인 전임 나경원 부위원장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하지만 ‘실무형 전문가’로서 정책 조율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 결실이 최근 저출산 완화, 고령사회 대응, 경제활동인구 확충 등 모든 인구 문제를 망라한 ‘인구정책기획단’ 출범이다. 그의 구상과 실행으로 한국 사회 근본 문제가 해결될지 주목된다. 다음은 김 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위원회가 2005년에 출범했는데, 약 20년 동안 왜 그나마 1%대로 유지되던 합계출산율이 추락했나.
“인구를 유지하는 수준의 합계출산율이 2.1명인데 이미 1983년에 그 이하로 떨어졌다. 그 이후 약 20년 뒤에나 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대응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인구 구조 변화 전반을 총괄하는 기능이 약했다. 보육비 지원 등 급한 불 끄기에 급급했다. 저출산 문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 체제도 잘 갖춰지지 않았다. 저출산 관련 사업만 작년 기준으로 214개나 되는데 그동안 일일이 효과성 평가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정책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인구정책평가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왜 인구위기의 구조적 문제가 제대로 인식이 안 됐나.
“청년층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결혼·출산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가 집값이다. 2018년에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로 떨어지고 그 이후 계속 하락했다. 작년 국토연구원 연구를 보면 주택 가격이 10% 상승할 때 출산율이 0.14명 감소한다고 한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 집값이 평균 40% 상승했다. 수도권 기준으로 하면 대략 50%인데 출산율이 0.7명이나 감소한 셈이다. 저출산 정책을 디테일하게 하더라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버리면 속수무책으로 출산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이유는 일·육아 병행이 어렵다는 점이다. 육아휴직도 눈치 보여 쓰지 못하고 결혼하거나 출산했을 경우 커리어를 이어갈 수 없다. 즉, 경직적이고 가족 친화적이지 않은 기업문화가 유지되고 있다. 정부에서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등을 도입해도 기업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정책이 작동하기 어렵다. 세 번째로는 모든 기회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특히 최근 5년간 청년의 수도권 집중 비율이 더 높아졌다. 청년 고용 문제, 일터 혁신, 치솟은 사교육비 등도 경제·사회적 구조 문제다.”
―2006년부터 16년간 무려 280조 원을 저출산 극복 예산으로 투입했다.
“일단은 직접 양육에 드는 돈을 많이 쓰지 않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양육·보육 등 가족지원 예산이 우리나라는 1.56%다. 제일 많이 쓰는 프랑스가 3.4%니까 절반도 안 되는 셈이다. 사교육비, 집값, 청년 고용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결혼과 출산 당사자인 청년들의 변화된 인식이나 가치를 수용하지 못해 실패한 측면도 있다.”
―MZ세대의 결혼 기피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저출산 인식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16년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이후 젠더 갈등이 폭발했고, 당시 ‘각자도생’이란 말이 유행했다. 주거 문제 등 청년층의 결혼·출산이 어려운 현실인 것은 맞다. 하지만 과도하게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 있다. 그러다 보니 결혼이나 출산을 생각하는 청년까지도 불안해하고 주저한다. ‘육아 포비아’라는 말도 쓰는데 이런 인식을 확산시키는 언론, 광고 매체에 좀 더 긍정적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캠페인에 동참해달라고 하고 있다. 여성들은 결혼하고 출산하면 직장에서 일을 더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경력 단절 우려가 있지만 과도하다. 그래서 출산하고 양육해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승진 등 이점을 주는 기업이 많아져야 한다.”

“MZ에게 결혼은 사치재… 집값·교육 망라한 ‘한국형 해법’ 찾아야”
MZ 결혼·출산 인식 변했지만
저출산 정책은 못따라와 실패
청년층 자산축적 기회는 줄고
비싼 ‘영유’는 육아표준처럼 돼
韓, GDP 대비 가족예산 1.56%
OECD國 평균 2.29%보다 낮아
범부처 ‘인구정책기획단’ 통해
저출산대응·3대개혁 병행추진
―현재 한국 상황이 볼프강 러츠 오스트리아 비엔나대 교수가 말한 ‘초저출산의 덫’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러츠 교수는 현세대가 부모세대보다 더 잘살 수 있다는 확신이 없고, 미래에 대한 기대나 희망이 없으면 결혼과 출산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지금 세대는 과거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데 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냐면, 자산 축적 기회나 더 높은 경력에 대한 기대에서 이전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빈곤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자신의 경력이나 스펙을 보면 삶이 더 나아질 거라는 자신감이 부족하다. ‘내 한 몸 살기도 버거운데 어떻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을까’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있다. 각자도생이라는 말에 남들과 비교·경쟁하는 것들이 팽배해 있다.”
―MZ세대 내부에서 혼인·출산 계층화 우려도 있다.
“이미 계층화돼 있다. 특히 결혼은 사치재가 됐다. 결혼에 대해 기대치가 높다 보니 충분한 결혼 비용이나 집을 가져야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비용의 돌봄이나 교육을 내 아이에게 제공할 수 없다면 결혼·출산을 시도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정부 지원이 필요하지만 비싸게 돈을 들여야 결혼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바꿔주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가 영어유치원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영어유치원이 표준이 되어버렸다. 고가의 육아와 보육을 이용하는 것도 표준이 돼서 여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포기해버린다. 삶에 다양한 경로가 있고, 가족과 함께하는 삶이 소중하다는 걸 보여주는 노력이 같이 이뤄져야 한다.”
―해외 석학들은 저출산 해결을 위해 가족 복지 확대, 여성의 노동 참여율 높이기 등을 조언한다.
“가족 문제를 15년 이상 연구했다. 긴 노동시간, 사교육, 주거 문제, 여성 경력단절, 성차별적 노동시장 구조 등 고질적인 한국 사회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뿌리 깊은 문제다.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해결되지는 않았다. 이번에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합심해 바꿔야 한다.”
―프랑스·스웨덴 저출산 대책 모델과 비교해 한국이 지향해야 하는 모델은.
“한국만의 모델로 가야 한다. 이미 우리가 갖고 있는 제도들은 해외 모델을 많이 벤치마크한 것이다. 다만 문제는 조각조각 벤치마크했다는 점이다. 스웨덴의 육아휴직 제도를 벤치마크했지만 눈치 보지 않고 당연한 권리로 사용하는 문화까지는 벤치마크하지 못했다. 스웨덴에서는 애가 아프면 상사가 휴가를 쓰라고 권장한다. 양성평등이 대단한 정책이라기보다는 남녀 구분 없이 일하고 아이를 키우는 게 정착됐다. 스웨덴은 현금 지원보단 육아휴직·보육 서비스를 활성화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했다. 전업주부, 경력단절이란 용어가 없다. 애가 여러 명이어도 일하지만, 대신 풀타임 노동을 안 하고 유연한 근무를 한다. 친출산 장려책을 쓰는 프랑스도 육아휴직을 내는 게 당연하고 남자도 육아휴직을 쓰는 게 아무 문제 없다. 우리나라에선 아빠가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고 가면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데, 기업뿐 아니라 주변에서도 아빠가 아이를 케어하는 것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봐야 한다. 길에서 아버지가 커피 들고 유아차를 끄는 ‘라떼 파파’ 풍경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아이 친화적 도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저출생이 심각하다고 하면서 애들한테 친화적이지 않은 사회다. ‘라떼 파파’도 없고, 노키즈존도 많다. 아이·가족 친화적인 기업과 사회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모든 구성원이 노력해야 한다.”
―실질적 양육 지원과 관련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올해 3월 위원회에서 핵심 분야 5가지를 발표했다. 첫째는 늘봄학교의 방과 후 초등 돌봄을 저녁 8시까지 늘리고 프로그램을 다양화한 정책이 획기적이다. 여성가족부에서 하는 아이 돌봄 서비스는 정책 수요자 요구가 많아 현행보다 3배 정도 확대하기로 했다. 국공립 어린이집과 직장 어린이집, 시간제 보육을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둘째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요구도 높아서 초등 2학년까지 사용하는 걸 6학년까지 연장했고, 사용기간도 24개월에서 36개월로 연장했다. 또 하루에 1시간 근로시간을 단축했을 때 100% 임금을 보전했는데 이번에 2시간으로 늘렸다. 셋째, 주거 지원도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특별분양의 경우 공급 물량을 확대하고 진입장벽을 낮췄다. 넷째, 다자녀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완화했다. 마지막으로 제왕절개도 자연분만과 동일하게 입원 치료비 본인부담(현재 5%)을 제로화하기로 했다.”
―올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예산이 얼마인가.
“저출산 분야가 50조 원 정도인데 허수가 많다. 교육부의 지방 산학협력 지원 선도 사업이나 군무원 인건비 인상, 예술인 지원 등 저출산과 상관없는 것이 많다. 50조 원 중 40%인 20조 원가량이 주거 지원 사업으로 환수할 금액이어서 순수한 지출은 아니다. 또 저출산과 무관한 사업이 5조∼7조 원 정도 된다. 순수한 저출산 예산은 23조∼25조 원 정도다. 정책 체감도가 높은 아이 돌봄 정책은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 준다는 목표로 최우선 순위로 하려고 한다. GDP 대비 가족지원 예산이 OECD 국가 평균은 2019년 기준 2.29%다. 우리나라는 1.56%인데, 적어도 OECD 평균 수준으로는 가야 한다. 우리나라 GDP가 2000조 원 정도이니, 0.7%포인트를 높여 평균 수준으로 가려면 14조 원 정도를 더 투입해야 한다. 기재부에 이런 방향으로 얘기하고 있는데 세수 감소가 변수가 될 수 있다.”
―돌봄 정책 서비스가 아직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동남아 출신 가사·보육 도우미 도입 얘기가 나온다.
“현재 돌봄 인력 부족에 대한 충분한 해법은 아니지만 단기적으로 외국인 가사 도우미 도입을 실험적으로 해보자는 차원에서 나왔다. 심각한 여성 경력 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검토해보자는 것이다. 서울시에서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 시행을 계획하고 있다. 제도의 실효성이나 최저임금 적용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여론을 수렴하고 고용노동부, 법무부, 여가부 등이 함께 검토해야 한다.”
―법무부에서 추진하는 이민청 설립은 어떻게 생각하나.
“저출산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문제 등을 완화하기 위해 고려해야 한다. 향후 10년간 생산가능인구가 300만 명 정도인 부산시 인구만큼 줄어든다. 서울은 체감을 못 하지만 지역은 심각하다. 지역에선 이미 적극적으로 해외인력뿐 아니라 이민자를 받아들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향후 다문화 사회로 가는 게 예상되는 상황에서 생산인구 감소 문제에 체계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과 민간의 동참도 중요하다.
“중요한 정책 중 하나가 기업, 언론, 종교계 등 민간과 다양한 협력 강화다. 포스코의 경우 자사뿐 아니라 협력업체까지 출산 혜택을 지원하고 있는데 모범 기업 리스트업을 하고 있다. 사실 대기업에서도 육아휴직을 눈치 보며 쓴다. 최소 100대 기업은 아이를 키우는 데 문제없게 하겠다는 가족친화경영을 선언해줬으면 좋겠다. 상생 차원에서 협력업체까지 끌어안는 기업도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여가부에서 가족친화인증 기업을 선정하는데 상당수가 중소기업이다. 현장 얘기를 들어보면, 중소기업도 출산·양육 지원을 하는데 청년들이 이를 모르고 으레 중소기업은 육아휴직도 못 쓸 것 같은 선입견이 있다며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달라고 한다. 또 중소기업에 육아휴직 대체인력 지원금을 주는데 구하기 힘들 때는 업무가 늘어나는 다른 동료에게 응원수당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해결 의지는 어느 정도인가.
“대통령이 7년 만에 처음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대통령이 회의에 참석해 어젠다를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인구위기를 국가 전체 차원에서 총력 대응하기 위해 이번에 기재부의 인구위기 대응 태스크포스(TF)를 확대해 인구정책기획단을 만들었다. 이를 위원회 안에 두고 정책을 총괄하는 점이 이전 정부와 상당히 다른 부분이다. 인구 감소, 저출산, 학령인구 및 병력자원 감소 등 그동안 별도로 관리되던 것을 통합해서 총괄적으로 다루겠다는 것이다. 인구구조 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위원회가 제대로 저출산·고령화 대응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하고 있나.
“저출산·고령화, 축소사회 대응까지 인구문제 전체를 어디서 총괄할 수 있나. 보건복지부가 간사 부처지만, 위원회 운영위원회 당연직으로 7개 부처가 들어온다. 지난해 12월 차관회의 땐 법무부, 국방부도 들어왔다. 새로 꾸려진 인구정책기획단에는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기술 관련 부처도 들어오고, 젊은 세대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나 방송통신위원회도 들어왔다. 전체 부처가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외부에서는 일본의 아동가정청 같은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그러면 오히려 다뤄야 할 어젠다 범위를 제한해 버리는 측면이 있다. 우린 다뤄야 할 이슈가 너무 많아 특정 청이 총괄하는 게 한계가 있다. 위원회가 그동안 컨트롤타워 역할을 못했다면 그건 위원회 구조의 한계도 있지만 관장하고 있는 어젠다가 너무 많아 그런 측면도 있다. 제대로 하기 위해 총리보단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게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
―위원회에서 열심히 해서 올해 출산율 하락 추세를 반등시킬 수 있을까.
“코로나19 때 결혼을 많이 미뤄 결혼·출산을 몇 년 동안은 좀 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짧게 1∼2년 동안은 결혼, 출산을 조금이라도 미룰 만한 요인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 최근 결혼식장을 잡는 게 굉장히 어렵다고 하는데 서울시청 등 공공기관을 예식장으로 오픈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장기적인 저출산 정책의 방향은 무엇인가.
“출산율이 제일 높은 나라가 이스라엘 2.9명. 프랑스 1.8명 정도다. 우리나라는 이미 너무 떨어져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노동시장 유연화는 노동개혁으로, 사교육비 지출·경쟁 완화는 교육개혁으로, 집값 안정은 사회구조개혁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아이 낳을 계획이 있거나 아이가 한 명인 사람들이 더 낳을 수 있게 하는 대책이 시급하다. 하지만 파격적이거나 획기적인 정책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현재 아동수당을 한 명당 10만 원씩 주고 있는데, 내년부터 0세 같은 경우엔 100만 원씩 부모 급여를 지급한다. 월 100만 원은 획기적인 건가. 현금 정책 효과는 논쟁이 있고, 여러 재정 여건을 고려했을 때 지속 가능한지도 논쟁적이다. 유럽은 혼외 출산이 절반 이상인데, 한국은 보수적이라 5% 미만이다. 혼외 출산을 늘리기 위해 프랑스처럼 시민계약 같은 결혼보다 유연한 제도를 도입하면 가족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논쟁이 생길 수 있다. 그동안 터부시돼왔던 이런 정책 제안에 대해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실제 국민 정서에 수용 가능한 정책으로 만드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고령화 문제는 저출산과 연계해 대응하고 있나.
“저출산이 고령화를 가속화하는데, 내년이면 노인 인구 1000만 명, 내후년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 노인 부양비도 지금은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데 2050년엔 1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젊은 세대가 부담할 세금, 연금, 건강보험 등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출산율을 높이되 고령화 문제는 별도로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적정한 은퇴 연령이 있기 때문에 풀타임이 아니라도 자원봉사 형태의 일자리가 필요하고, 건강 수명이 늘어나게 하려면 예방 차원의 의료도 필요하다. 하반기엔 인구정책기획단에서 고령화 어젠다 등 구체적인 과제들을 발표할 예정이다.”

‘가족·돌봄’ 연구한 사회복지 전문가… 상임위원 임명 한달만에 장관급 승진
■ 김영미 부위원장은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오랫동안 학계에 몸담으며 저출산·돌봄·가족 등의 분야를 연구해온 사회복지 전문가다. 지난 1월 13일 대통령실은 당시 김영미 상임위원을 장관급인 부위원장으로 내정하며 “사회복지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 등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를 뒷받침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은 저출산·고령화 정책의 주요 과제로 정책의 실효성 제고를 강조해왔다. 수조 원대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정책들이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잘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특히 저출산 정책의 실수요자들 의견을 반영해 기존에 진행해오던 사업들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에는 20·30 청년들이 참석한 ‘2023년 청출어람단 저출산 정책제안 청년 토론회’를 진행했고, 같은 달 한국난임가족연합회를 찾아 난임 부부와 면담하는 자리를 가지며 저출산 정책 실수요층의 의견을 직접 청취했다.
김 부위원장은 2001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수여했다. 이후 2008년부터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성 평등과 젠더 분야에서도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펴냈다. 김 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해 3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 자문위원으로 합류했다. 같은 해 12월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8기 민간위원 중 한 명으로 위촉돼 상임위원을 맡았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서울대 사회복지학 박사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동서대 사회과학대학장 △부산여성가족개발원 비상임이사 △20대 대통령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 자문위원 △주택도시보증공사 양성평등위원회 외부위원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사회보장위원회 위원 △보건복지부 3기 성평등자문위원 △기획재정부 재정정책자문회의 민간위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8기 상임위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심의조직… 위원장 대통령 중심으로 7개 부처 장관 등 참여
■ 저출산위원회는…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출범한 대통령 직속 기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저출산·고령사회 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하는 조직으로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위원회는 총 25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국토교통부 장관 등 7명의 당연직 정부위원과 민간위원 17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위원장은 대통령이 지명하는 민간위원 중 한 명이 임명되며 보건복지부 장관과 함께 간사위원을 맡는다. 부위원장의 임기는 2년으로, 지난 1월 13일 내정된 김영미 부위원장은 2025년 1월까지 위원회를 이끌 예정이다. 민간위원들은 인구정책 분야 전문가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등을 포함해 청년, 아동 돌봄, 소득 보장, 고령친화, 보건의료, 교육, 주거지역, 노동 고용 등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2006년부터 5년 주기로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중장기 인구 위기 문제의 정책 방향과 추진 방향을 수립해왔다. 2006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06∼2010년)에는 20조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제2차(2011∼2015년)에는 61조 원, 제3차(2016∼2020년)는 153조 원으로 급증했다. 2020년 12월 발표돼 현재 시행 중인 4차 기본계획(2021∼2025년)에는 약 273조 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위원회는 정책 조정을 위해 4차 기본계획에 수립된 수백 개의 과제를 평가한 뒤 일부 묶고 줄여 올 하반기에 보완판을 발표할 계획이다. 당초 기본계획은 수립 후 5년 동안 변경 없이 그대로 이어져 왔지만, 김 부위원장은 “상시로 필요한 정책 등을 발표하고 수정·보완해서 연말에 하나로 묶어 발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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