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 개선 기대에는 못 미쳐 하반기 자동차 수출 증가폭 후퇴 반도체 수출 이르면 4분기 회복 비제조업은 반등… 내수에 기대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수출부진, 반도체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경제가 올해 하반기에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경기회복 흐름을 보이기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제조업이 장기부진의 늪에 허덕이는 가운데, 무역적자 폭은 줄어들겠지만 선박과 석유화학 등을 제외하면 자동차와 반도체의 부진이 지속되는 등 부정적 기류가 강한 탓이다.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요인보다 시계(視界) 제로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크다는 평가다.
2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하반기 무역수지 적자는 12억 달러로 상반기 290억 달러 적자에 비해 개선될 전망이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선박, 석유화학(8.1%), 무선통신(7.6%), 디스플레이(6.4%) 등은 사정이 개선되겠지만 컴퓨터(-19.5%), 석유제품(-16.8%), 반도체(-4.3%)의 부진이 예상된다. 상반기에 43.5%의 수출 증가세로 수출 부진을 보완했던 자동차는 하반기 0.9%로 수출 증가 폭이 크게 둔화할 것으로 나타났다.
무협은 “반도체 수출은 이르면 4분기 초에나 업황 개선이 기대된다”면서 “자동차의 경우 글로벌 수요는 증가하나 3분기까지 전기차 대기수요가 소진되고 고물가로 인한 소비자 구매력 악화 등으로 수출증가세 둔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금융업을 제외한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제조업 BSI 지수는 89.8로 16개월째 부정적 기류를 이어갔다. 주력 업종인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통신장비 BSI(95.2)는 지난해 10월부터 10개월 연속 기준선을 밑돌았다. 전자·통신장비의 10개월 연속 부진은 2020년 11월 이후 32개월 만이다. BSI가 기준선 100보다 높으면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전월보다 ‘긍정적’,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경제전문가들도 이런 영향 때문에 ‘상저하고’보다 ‘상저하저(上低下低)’를 예상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 등 주력품목 실적이 약화하는 탓에 하반기 경기회복은 쉽지 않고 이 추세라면 하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내수 회복에서 온기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경련 조사에서 내수 중심의 비제조업 BSI는 14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가 시즌 특수가 기대되는 여가·숙박 및 외식(128.6) 등이 호조 전망을 보인 가운데 건설(93.5)만 기준선에 미달했다. 정부도 내수에 희망을 걸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펴낸 ‘6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서 “수출·제조업 중심으로 경기둔화가 이어지고 있으나 완만한 내수 회복세 등으로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수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한편, 노란봉투법 입법 논의를 중단해 위축된 기업 심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