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입시설명회가 하루에만 5건이 열렸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A 학원. 27일 기준 수능 전까지 모든 입시설명회 계획을 취소한 상태다.  전수한 기자
지난 20일 입시설명회가 하루에만 5건이 열렸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A 학원. 27일 기준 수능 전까지 모든 입시설명회 계획을 취소한 상태다. 전수한 기자


■ ‘사교육 경감 대책’ 속 학원가

하루 5건씩이던 설명회 없애고
교재·강의명선 ‘킬러’ 단어 빼
유튜브 업로드 중단한 학원도
업계 “최대한 엎드리는 분위기”

“수험 정보 얻을 창구가 사라져”
학생·학부모, 남은 설명회 몰려


“수능 끝날 때까지 올해 입시설명회는 더 이상 열지 않습니다.”

27일 서울 강남구에서 ‘대치동 일타’로 불리는 A 학원.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고등학교 1∼3학년, 문·이과를 나눠 하루 5건의 입시설명회를 열던 이 학원은 올해 입시설명회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이 학원은 ‘킬러(초고난도) 문항’의 족집게 모의고사를 판매한다는 사실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왔던 곳이다. 학원 입구에는 사설 경호업체 직원까지 동원돼 외부인 출입을 차단하고 있었다. 학원 측은 “수능 이슈가 날로 혼란해지는 상황으로 인해 입시설명회를 열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 교육업계와 사교육 시장 내 ‘이권 카르텔’ 근절에 돌입하자 입시 경쟁을 주도한 학원 업계들이 발 빠른 대처에 나서고 있다. 주요 학원을 중심으로 입시설명회를 전면 취소하고, 학원 홍보와 교재에서 ‘킬러 문항’이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나선 것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선 오는 11월 예정된 수능을 앞두고 “수험 정보를 얻을 창구가 사라졌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연신 터져 나오고 있다.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한 약국에 ‘중·고생을 위한 강남 비타민 총집합’이라는 홍보현수막이 걸려 있다.  박윤슬 기자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한 약국에 ‘중·고생을 위한 강남 비타민 총집합’이라는 홍보현수막이 걸려 있다. 박윤슬 기자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서 ‘큰 손’으로 불리는 대형 학원들부터 줄줄이 입시설명회를 취소하고 있다. 대입 수험생들이 몰리는 A 학원은 물론, 전통 강자로 불리는 B 학원도 통상 평가원 모의고사 후 공개하던 대입 전략을 설명하는 유튜브 영상을 올리지 않을 방침이다. 연일 불타는 수능 이슈, 입시설명회의 민낯 등에 대한 이목 집중 탓으로 보인다.

한 학원업계 관계자는 “사교육계는 지금 뭘 해도 타깃이 되는 상태라 최대한 몸을 사리려는 분위기”라고 했다. 일부 학원가에서는 ‘킬러 문항’ 흔적 지우기에도 분주했다. ‘캐치킬러’에서 ‘캐치로직’으로, ‘킬러극복 특강’에서 ‘양적중화 특강’으로 이름을 바꾸는 등 광고해둔 교재·강의명에서 ‘킬러’ 단어를 빼고 있었다. 고난도 킬러 문항 대비용 모의고사로 유명해진 A 학원 내부 모의고사 제작팀도 교재 전면 수정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입시설명회 일정이 남은 학원들은 여전히 ‘불안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27일 오후 7시부터 3시간 동안 C 학원에서 열린 ‘국·수·영 학습 전략 설명회’에는 학생과 학부모 등 약 100명이 참석했다. 한 강사는 학부모들에게 “학생들한테 지금 킬러 문항이라고 공표된 문제 보여주면 다 비웃는다. 오답률만 가지고 선정한 탓”이라며 “킬러 문항이 사라지니 ‘물수능’이 된다는 말은 착각이다. 문항 수가 늘어날 ‘준 킬러’에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능을 141일 앞둔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치동에서 아이를 독학 재수시키고 있다는 지모(50) 씨는 “아이가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게 내 역할인데, A 학원 입시설명회가 더는 열리지 않는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수험생인 권모(18) 양도 “지금까지 들은 입시설명회가 사실상 물거품이 된 상황이라 막막하다”고 했다.

전수한·조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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