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고싶습니다 - 숭실고 제52회 졸업생들
서로가 잊고 살던 가슴 시린 마음의 문을 여니 석양처럼 스며드는 기다림이 마중을 나셨다. 친구여! 어디서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서로가 보고 싶지만, 세월은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살아온 시간보다 세상과 이별의 시간이 더 가깝게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6·25전쟁 전후 세대에 태어나 힘든 시절을 뚜벅뚜벅 걸어왔다. 전쟁의 폭탄 소리에 놀라서인지 그리 똑똑하지도 못했다. 특출 난 인물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탄받는 사람도 없다. 성실한 자세로 나라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지난 세월이다. 지울 수 없는 인연으로 맺어진 동창들, 자랑스러운 숭실고 제52회 졸업생들의 만남에는 그 흔적들이 배어 있다.
불타오르는 용광로처럼 푸른 꿈과 열정이 묻어 있는 빡빡머리 소년의 머리 자락에 흰 눈이 내렸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인생은 저물어가는 것. 세월은 고장도 없이 흘러왔다. 2019년 12월 12일 서울 종각역 옆 ‘문화공간 온’에서 가진 숭실고 졸업 50년 인생 70년 기념 동창회는 가슴에 담아 두었던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붉게 물든다. 꽃보다 아름다운 동창들의 향기에 그대가 보고 싶던 날 한없이 울었다. 그래도 보고 싶어 더 큰 소리 내어 울던 날이면 중천에 떠 있는 태양처럼 눈이 시리도록 사무치는 그리움에 동창들을 불러본다.
동창들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숭실동산에서 펼친 꿈 이야기와 달빛에 취했던 경주 수학 여행 밤, 학교를 떠나 서로를 알아가던 잊을 수 없는 우정으로 추억을 다독였다. 이국땅에서 그리워할 동창들에게 고국의 편지를 띄우며 소식 없는 동창을 찾아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되살려본다. 사랑한다고, 더욱 보고 싶은 그리움이 민들레 홀씨 되어 이 세상 끝까지 참과 사랑에 사는 사명인으로 꽃씨를 뿌리는 숭실고 52회 동창생, 영원토록 강건하리라. 피고 지고, 또 지고 피는 꽃처럼 우리 삶에 자전거 두 바퀴가 되어 길에서 길을 묻고 가는 동창들의 동행에 행복을 전한다.
뜻깊은 오늘이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축원하며 모든 것은 감사만 남기고 떠나간다. 동창들을 지켜준 가족들의 행복과 건승을 위해 건배를 들자. 축배를 들자고 하던 세월 앞에 까맣게 잊고 살던 지난날의 일들이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삶은 추억을 먹고사는가 보다. 우리는 꽃피던 1966년 봄날 해방촌 숭실동산에서 처음 만나 웃고 떠들고 시기하고 서로 다투며 인생의 도서관에서 깊은 여행을 함께했지. 생각지도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만남을 뒤로 미루어야 했던 아픔도 있었다. 건강해야 또 만날 수 있다며 서로의 건강을 화두로 건배를 들던 동창들은 하나둘씩 발걸음이 뜸해진다.
세종문화회관을 채웠던 남성들만의 특유한 울림과 소녀 같은 목소리로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숭실합창단의 여운이 남아 있다. 영락교회에서 전교생이 추수감사절 예배를 마치고 밴드부를 앞장세워 학교까지 시가행진하며 걷던 그 길들, 오늘따라 운전하며 지나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입학식 때는 4학급이었지만 졸업할 때는 3학급이었다. 전학을 가기도 했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자퇴한 녀석도 있었지만, 기독교 학교라서 그런지 목사님이 가장 많이 나오기도 했다.
홀로 비를 맞는 상대에게 다가가 함께 비를 맞아 주던 동창들, 그대들이 너무도 보고 싶다.
전원균 전 대한적십자사 서부적십자혈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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