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자친구에게 준강간을 당했다며 피해 여성이 고소한 사건을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다. 연인관계에서 상대방이 잠들었을 때 성관계를 한다고 곧바로 범죄가 되지는 않는다는 게 검찰의 논리였다. 그러나 법원은 “기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정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0부(강민구 부장판사)는 20대 여성 A 씨가 전 남자친구인 30대 B 씨에 대한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낸 재정신청을 지난 4월 인용했다. 재정신청은 고소·고발인이 수사기관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제도다.
B 씨는 지난해 1월 잠든 상태였던 A 씨를 성폭행하고,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 씨는 몸살 기운에 약을 먹었던 데다 다리를 다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카메라 소리를 듣고 깨어나 B 씨의 휴대전화를 뺏은 뒤 증거 동영상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송, 보존한 것으로 파악됐다. 형편이 좋지 않았던 A 씨는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신체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전 연인이었던 B 씨 집에 잠시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B 씨를 준강간치상, 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로 고소했는데, 지난해 8월 검찰은 준강간치상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불기소이유서에서 “부부관계·연인관계에서 상대방이 자고 있을 때 성관계를 한다고 해서 곧바로 준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A 씨 측은 검찰이 ‘가정적 승낙’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재정신청을 냈다. A 씨 측은 “연인 사이라고 하여 잠든 사이 일방적 성관계를 승낙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불법촬영을 하는 등 비정상적인 성관계였다면 더더욱 그렇다는 것이 법원 판례”라고 주장했다. 이어 “부부간 강간죄도 인정되는 시대에, 연인 관계라는 이유만으로 자고 있을 때의 일방적 성관계에 대한 가정적 승낙이 있다는 판례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며 “이런 법리를 검찰의 공식적인 성(性)인식인 것처럼 공표하는 것은 너무나 부적절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A 씨 측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보고 신청을 인용했다. 검찰은 B 씨를 지난 5월 준강간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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