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워대 금지’ 警에 제동

“교통정체가 예상된다” 면서도
민노총 집행정지신청 일부인용
7·11·14일 ‘광화문집회’ 가능


노동계가 정치 쟁점을 내세워 대규모 하투(夏鬪·여름철 투쟁)를 선포한 가운데, 평일 출퇴근 시간대 도로 집회를 제한한 경찰 통고에 법원이 제동을 걸어 시민 불편이 예고되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수천 명의 집회 참가자가 차도를 점거할 경우 한여름 더위 속에서 퇴근길 시민들이 옴짝달싹 못 하는 ‘교통지옥’이 펼쳐질 전망이다. 경찰은 즉각 항고하기로 했다.

5일 정부와 여권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강동혁)는 민주노총이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상대로 낸 옥외집회 금지통고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7일과 11일, 14일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서울파이낸스센터 앞 인도와 청계광장 방면 약 94m 구간 중 하위 2개 차로 집회를 금지한 통고처분의 효력이 정지됐다. 15일까지 2주간 총파업 투쟁에 들어간 민주노총은 해당 시간대에 ‘윤석열 퇴진 총파업 촛불문화제’를 열겠다며 인원이 500명 이상이면 청계남로 1차로를, 1000명 이상 시 파이낸스센터 앞 2차로를 이용하겠다고 신고했다. 재판부는 “퇴근 시간대 집회 장소를 점유할 경우 일대에 상당한 교통 정체가 발생하고, 출퇴근하는 시민들에게 불편이 초래될 것으로 보이긴 한다”면서도 “집회 장소로 사용되지 않는 나머지 도로 규모가 상당하므로 교통량을 상당 부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서울시의 지난해 교통량 조사 자료, 차량 통행속도 보고서 등을 근거로 ‘퇴근 시간대 집회를 개최할 때는 인근에 막대한 교통상 장애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효력정지가 교통안전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규모 도로 집회가 수많은 서울시민의 퇴근길 교통난을 초래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5월 민주노총이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불법으로 1박 2일 노숙 집회를 했을 때도 도심 일대 교통이 마비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하지만, 권리를 주장하는 쪽과 불편을 겪는 일반 시민들 사이에 적절히 조화가 이뤄지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보호받아야 하지만 시민들에게 불편을 준다면 제한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회의에서 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해 “불법 시위와 파업으로 무엇인가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깨끗이 접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달 중 집회·시위 소음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도로 점거 금지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조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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