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 직후 금융기관 구조조정으로 탄생한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과점 체제를 깨는 신호탄이 울렸다.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6일 발표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에 따라 대구은행이 31년 만에 새 시중은행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큰 입으로 물고기를 잡아먹는 메기를 수조에 넣으면 다른 물고기들이 활발히 움직이게 된다는 ‘메기효과’를 노린 것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은행들 돈 잔치’‘은행은 공공재’ 등의 지적을 한 데 따른 은행개혁 조치로 보인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과점 이익을 누리며 안주해왔다. 지난 10년간 250조 원의 수익을 올렸고, 예대마진이 총영업이익의 88%를 차지했을 정도다. 30년 전 50% 수준이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예금 비중은 74%, 대출 점유율은 64%로 과점이 더 심화했다. 반면 주인이 없는 시중은행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경영자 교체를 둘러싸고 관치 홍역을 앓았다. 2017년에는 카카오뱅크와 K뱅크·토스 등 세 곳의 인터넷전문은행을 등판시켰으나 메기효과는 없었다. 대구은행 역시 시중은행 규모의 20%에 불과해 실질적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금융 당국이 관치를 스스로 내려놓지 않으면 어떤 은행개혁도 공염불이다. 책임 경영과 자율 경영이 출발점이다. 진정으로 은행 카르텔을 파괴하려면 60년 넘은 금산분리 제도부터 손 봐야 한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엄격한 분리로 인해 주인의식도 경쟁력도 실종됐기 때문이다. 은행들도 해외 진출이 늘면서 금산분리 족쇄로 자회사 투자를 제대로 못 하는 등 글로벌 은행들과의 역차별을 호소하는 현실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말 금산분리 개선을 약속하고도 이번 개편안에서는 뺐다. 자본력과 경쟁력을 갖춘 진짜 메기가 나타나려면 서둘러 금산분리를 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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