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 식약처 ‘맞춤형·융복합’ 규제특례 시범사업

정부, 3년전 한시적 규제 풀어
개인에 맞춰 건기식 소분·조합

전문가 상담 받은뒤 제품 구입
불필요한 구입 · 과다섭취 예방

사업 지속 법적근거 국회 계류
소비 수요 못맞춰 성장세 둔화
규제 풀어 기업 투자 유도해야


평소 건강기능식품(건기식) 5~6가지를 먹는 50대 여성 A 씨는 건강검진 결과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걱정돼 개인 맞춤형 건기식 매장을 방문했다. 병원 약을 먹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미리 건강 상태를 관리해두기 위해서다. A 씨는 매장에서 식습관과 생활습관 관련 설문조사를 하고, 상담사에게 건강검진 결과 등을 제시했다. A 씨는 상담을 통해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코엔자임Q10’ 제품과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에 도움이 되는 ‘귀리식이섬유’ 제품을 추천받았다. 건기식 두 가지는 소분(小分)돼 각각 한 알씩 낱개로 포장됐다. 그 결과 불필요하게 건기식을 이것저것 구입해 과다섭취하지 않게 됐다. 이는 정부가 2020년 4월부터 ‘규제 샌드박스’(한시적 규제 유예)를 통해 개인 맞춤형 건기식 시범사업을 운영한 결과다. 현행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상 완제품을 소분하거나 개인별로 다르게 조합되는 맞춤형 제품은 판매가 불가능하다. 개인 건강과 생활습관에 맞춘 소비자 수요가 늘어나자 정부는 그간 건기식에 묶여 있던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었다. 4년째 시범사업을 운영한 결과 안전과 관련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고, 소비자 반응도 좋자 이를 지속할 수 있는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1일 식의약계에 따르면 개인 맞춤형·융복합 건기식 시범사업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사업 규모가 확대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말 규제실증특례 시범사업으로 운영하던 ‘개인 맞춤형 건기식’과 ‘융복합 건기식’ 사업 운영 대상을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추가로 승인해 시범사업 규모가 확대되면서다. 규제실증특례란 신기술을 활용한 사업을 하기 위한 허가·기준 등 근거가 관련 법령에 없거나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맞지 않을 때 일정 조건하에서 테스트를 허용하고, 그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토대로 규제를 개선하는 제도다.

개인 맞춤형 건기식은 개인의 생활습관과 건강상태에 대한 약사와 영양사 등 전문가 상담을 바탕으로 건기식을 개인에 맞게 소분·조합해 포장·판매하는 제품이다. 이때 제품은 정제·캡슐·환·편상·바·젤리 6개 제형으로 한정된다. 융복합 건기식은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인증받은 식품제조·가공업소에서 정제, 캡슐 등 형태의 건기식을 1회 분량으로 소분해 액상 등 형태로 일반식품과 일체형으로 포장한 제품이다.



개인 맞춤형·융복합 건기식 시범사업은 규제특례 시범사업인 동시에 식약처 100대 과제에 포함된 과제다. 지난 2020년 처음 사업을 시작한 이후 점차 활성화돼 매출액과 이용자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개인 맞춤형 건기식의 경우 지난해 9월 기준 매출액 79억 원을 기록했다. 이용자 수는 약 7만8000명이다. 융복합 건기식은 같은 기간 매출액 120억 원, 판매량은 298만 개로 기록됐다. 추가 승인된 기업은 2024년까지 시범사업을 운영한다. 개인 맞춤형 건기식은 기존 15개 기업, 168개 매장이 있었으나 총 33개 기업, 1727개 매장으로 늘었다. 융복합 건기식은 기존 5개 기업, 93개 제품에서 총 17개 기업, 269개 제품으로 늘었다. 시범사업은 종전과 같이 식약처가 제공하는 지침을 준수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시범사업이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위생교육, 안전점검, 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해 현장의 의견 청취, 주기적 운영실태 점검, 법령 개정안 마련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건기식 시장(2022년 구매액 기준)은 6조1429억 원 규모다. 코로나19 사태로 개인 건강에 대한 관심은 커졌지만 최근 건기식 시장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규제 탓에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건기식 구매와 섭취상 불편함도 주된 원인이다. 현재 건기식은 안정성 평가, 제조공정, 광고와 판매 등 모든 단계에서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규제가 한시적으로 풀린 시범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업체들도 과감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 기존 제조·판매 형태로는 성장세를 계속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새로운 형태의 제품 제조·판매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무분별한 건기식 섭취를 예방하고, 소비자 편익을 개선하기 위해선 건기식 법제화도 시급하다.

현재 개인 맞춤형 건기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는 지난해 말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골자는 개인 맞춤형 건기식 개념을 도입해 영업의 종류에 판매업을 신설하고, 소비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배상하기 위해 제조사가 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개인 맞춤형 건기식 판매업을 하려는 자는 식약처장에게 신고하도록 했다. 매장에서는 ‘맞춤형 건기식 관리사’를 두도록 규정했다. 맞춤형 건기식 관리사는 건기식의 소분·조합에 대한 안전관리와 소분·조합 시설·설비의 위생관리 등 직무를 수행한다. 관리사를 선임하거나 해임할 때 식약처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무신고 맞춤형 건기식에 대한 판매 등을 금지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판매업 영업신고를 하지 않은 자가 기준과 규격에 맞지 않는 건기식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소분·조합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 美·獨 스타트업 ‘개인별 비타민·무기질 조합’ 상용화… 日도 맞춤서비스 제공

해외선 이미 ‘맞춤형 제품’ 활발


미국과 일본, 독일 등 해외 각국에서는 전문가 상담을 통해 개인에게 필요한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을 소분·조합·판매하는 맞춤형 제품화가 활발하다. 사람마다 나이, 생활습관, 건강상태가 다른 만큼 개인에게 필요한 영양소와 섭취량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 착안해 여러 기업이 일찌감치 상용화했기 때문이다.

미국 스타트업 ‘케어오브(care/of)’는 홈페이지 내에서 실시하는 설문조사(거주지역, 섭취 횟수, 건강 목표 등)에 기반해 30여 종의 식이보충제 중 3~4종을 추천해 준다. 1회 주문 또는 매달 구매 등으로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특정 소비자에게 거주 지역의 일조량이 부족한 점에 착안해 비타민 D, 식단에 생선이 부족한 것을 고려해 생선유 등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의사, 연구자, 영양학 전문가를 포함하는 ‘과학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제품 개발, 근거 자료, 건기식 추천 논리 등에 대해 협업하고 있다.

일본 기업인 ‘헬시원(Healthy One)’은 1990년에 설립된 이후 건기식 개발과 판매, 병원 운영, 의료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 중 개인 맞춤 건기식인 ‘마이 비타민’은 영양사나 약사의 상담을 통해 소비자의 식습관, 생활습관, 운동습관, 신체 상태를 파악한 후 필요한 영양소를 선택해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제품은 1일 1회분으로 소분 포장하고, 최대 2달치로 구성할 수 있다.

독일의 스타트업 ‘메이드포(Made for)’는 개인 상태에 맞는 맞춤형 일일 비타민 조합을 제공하고 있다. 본인이 추구하는 건강 목표를 포함해 10~15분가량 설문조사를 마치면, 비타민, 무기질, 허브 등으로 구성된 최대 5만 개 조합 가운데 개인에게 맞는 성분을 골라 매일 섭취할 수 있도록 소분 포장해준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권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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