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갸또가 여름을 겨냥해 새로 내놓은 프렌치디저트 갸또 쇼콜라와 체리 파운드. 오른쪽 사진은 자른 갸또 쇼콜라와 체리 파운드 단면.
밀갸또가 여름을 겨냥해 새로 내놓은 프렌치디저트 갸또 쇼콜라와 체리 파운드. 오른쪽 사진은 자른 갸또 쇼콜라와 체리 파운드 단면.


■ 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서초동 프랑스과자점 ‘밀갸또’

지난주 파블로바를 소개하면서 여름의 포문을 여는 싱그러운 맛을 소개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머랭의 텍스처를 의도하여 설계하는 기술자의 노력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지요. 이번에는 달콤 쌉싸름한 어른의 취향을 만족시켜 주는 초콜릿을 다룬, 여름을 향한 디저트 2가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역시 이번 주에도 프랑스에서 제과를 공부하고, 현장에서 오래 시간을 보내온 제과 기술자를 소개합니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프랑스 과자점 ‘밀갸또(mille gateaux)’의 고제욱 파티시에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업장의 이름대로 ‘1000개의 케이크’까지는 아니더라도 풍성하게 채워진 달콤한 무스 케이크나 밀푀유, 에클레어와 마카롱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프랑스 피에르 에르메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만큼 그는 디저트에서 중요한 향미와 과실의 싱그러움을 잘 표현하는 제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저 또한 대략 10년 정도 밀갸또의 디저트를 애정하고 즐겨 온 사람 중 한 명으로 보통 자주 먹는 갸또류나 마카롱도 좋아하지만 버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제품들을 무척 좋아합니다. 밀푀유를 채우는 크림도 기본 크렘 파티시에 그 자체로 사용하기보다는 버터를 더한 모슬린 크림으로 농후함과 맛의 골조를 매만지는 솜씨가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나뭇잎 쿠키만으로 쇼핑백 하나를 가득 채우고 싶게 만드는 밀갸또 고제욱 파티시에의 여름을 겨냥한 신상 디저트로 갸또 쇼콜라와 체리 파운드를 소개합니다.

클래식한 프렌치 디저트 품목이지만 기본기가 단단한 맛은 꾸준히 사랑을 받곤 합니다. 특히 여름의 기후를 고려하여 최대한 맛은 명징하지만 입안에서 끝까지 남는 피니시 테이스트나 포근하게 베어 물게 되는 과자의 물성, 조직감이 산뜻합니다. 그래서 냉침한 차나 연한 홍차와도 조합이 좋아 오후의 간식으로 꺼내 보았습니다.

갸또 쇼콜라는 꾸덕꾸덕한 초콜릿의 단면이 보여주듯 마냥 달지만은 않은 쌉싸름한 카카오의 매력이 돋보이는 맛입니다. 부담 없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이 고혹적인 의도라니. 거기에 체리 파운드는 또 어떤가요. 체리가 가진 농후한 베리류의 풍미와 옹골찬 과육이 빛나는 계절, 여름. 잘 익은 체리를 넣고 아몬드 파운드 케이크를 구웠습니다. 머스코바도 설탕으로 만든 크럼블과 초콜릿 크럼블을 사이좋게 올려 구운 체리 파운드 케이크는 가볍고 포근한 텍스처에 적절한 산미와 당도 그리고 아몬드 분말이 구심점을 잡아 밸런스를 이룹니다. 지루하지 않도록 크럼블이 역할을 해내는 협업의 힘이랄까요.

2010년부터 이수의 작은 가게로 시작해 지금 서초동의 빨간 차양이 눈에 띄는 작은 과자점 밀갸또는 변함없이, 아니 어쩌면 자신의 목표대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정통 프랑스 디저트를 선보입니다. 유행이라는 이름의 바람이 흔들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조용히 뿌리를 내려 굳건한 몸체를 만들어 가고 있는 디저트 전문점입니다. 그들이 제안하는 이 여름의 맛을 나눌 수 있는 차 자리를 한 번 즐겨 보세요.

서울 서초구 서초동 1668-16, 02-585-9997
www.instagram.com/mille_gateaux_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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