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언 미술평론가
단테의 ‘신곡’에서 하늘은 아홉 단계로 돼 있으며, 가장 높은 9번째 하늘은 지상계에서 가장 행복한 곳이다. 그곳에 있는 구름 ‘클라우드 나인’은 절정의 행복을 의미한다. 구름의 길상적 의미는 동서양이 비슷한 것 같다. 우리에게도 운문(雲紋)은 상서로운 의미로 쓰인다. 물론 시문(詩文)에서는 ‘덧없는 인생’의 비유로도 등장한다.
조영순의 그림은 세 개의 컨텍스트 레이어가 만나는 알레고리의 한마당이다. 우선은 자기가 사는 자연환경이 주는 감동을 담담하게 노래하고 있다. 이어서 왕문청(王文淸)의 시 ‘우견(偶見)’을 시각화한 듯한 인생(구름)과 자연(산)의 이치가 청명하게 투영되고 있다. 그 위에 비장의 이미지가 포개진다. 인구에 회자된 바로 구름 기둥.
먹 특유의 농담을 절제, 뒤러(A. Durer)를 오마주한 펜화와 전통 수묵을 조합한 것도 동서양 융합의 지점이다. 엄밀하고 메커닉한 세밀한 필선들을 리듬과 선율로 승화시키고 밀도로 조율한다. 수묵의 농담에 필적하는 참신한 대체재다. 이러한 개성적 선묘가 거둔 중요한 의의가 있다. 종교화의 상투적 클리셰를 극복한 은유의 심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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