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복 맞아 보신탕 골목 가보니
“손님 확 줄어… 저녁엔 오려나”
“요즘 개고기 먹자는 사람 없어”
서울 개도축장 2019년 문닫아
전국에 보신탕집 아직 1666개
초복(7월 11일)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보신탕집. 점심 시간대였음에도 가게는 한 테이블 외 손님이 없어 한적했다. 주인 김모 씨는 “복날만 되면 개고기에 관한 부정적인 기사들이 쏟아지다 보니 손님이 매년 줄고 있다”며 “저녁에는 (손님이) 조금 왔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길 건너편 다른 보신탕집들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반면 같은 골목에 있는 삼계탕 가게들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보신탕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온 신모(56) 씨는 “요즘은 주변에 개고기를 먹자고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옛날에 많이 먹었던 음식이라 가끔 먹으러 온다”고 했다.
개 식용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여름철 ‘특수’를 누렸던 육견(肉犬)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 국회 등 정치권에서는 개 식용 종식을 뼈대로 한 각종 법안을 쏟아내고 있고, 동물보호권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들도 개 식용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육견 산업 종사자들은 개 사육과 유통, 식용은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며 법으로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개 식용 문제를 해결한다며 별도 기구를 꾸렸지만, 법·제도가 차일피일 밀리면서 사회적 갈등만 커지고 있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농장에서 식용 목적으로 사용되는 개는 총 52만여 마리로 추정된다. 개고기를 취급하는 음식점은 전국 1666개다. 서울은 229개 음식점에서 개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다만 지난 2019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중구 중앙시장 내 마지막 개 도축업소가 문을 닫아 현재 서울 시내에는 도축장이 없다. 세계적으로도 개 식용 금지가 대세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동물보건기구(OIE) 가입국 182곳 중 개 식용을 법으로 인정하는 국가는 없다. 정치권에서도 개 식용 금지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2021년 12월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를 공식 출범하고 20차례가 넘는 회의를 열었지만,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해 혼란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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