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째 1만가구 미분양 이어져
준공후 악성 미분양도 919가구
주택매매 가격은 14.2% 떨어져
지역 새마을금고 연체율 상승세
PF 대출 모니터링 강화 필요성


대구=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대구 지역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부동산 대출 비중이 높은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이 지역 제2금융권의 부실 우려가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대구는 세종, 인천 등과 함께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가장 많이 하락한 지역인데 올 상반기 집값이 다소 반등한 세종, 인천과 달리 여전히 부동산 시장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조짐이 불거지면서 한때 긴장감이 감돌고 있으며 대구 안팎에선 부동산 경기 부진에 따른 제2금융권 대출 위험 모니터링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대구시에 따르면 이 지역 공동주택 미분양 물량은 5월 기준으로 2018년 194가구, 2020년 1159가구에서 올해는 1만2733가구로 급증했다. 5월 기준 미분양 물량은 전국(6만8865가구) 전체 물량 가운데 18.5%로 가장 많다.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9월 1만539가구로 1만 가구를 넘어서고 지난 2월 1만3987가구로 정점을 찍은 뒤 다소 소진됐지만, 하반기 후분양 공급이 예고돼 있어 미분양은 다시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되지 못해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5월 기준 2018년 114가구, 2020년 28가구로 감소하다 올해는 919가구로 폭증했다.

또 주택매매 가격 하락률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4월 사이 14.2%로 전국 평균(7.5%)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역 한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쌓여 있는 미분양에 매매가격과 함께 전세 가격 동반 하락으로 수분양자 사이에서 분양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도 나타나면서 자금 여력이 취약한 일부 건설회사를 중심으로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는 건설업계에 그치지 않고 금융권으로 점점 번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새마을금고의 대출 건전성이 크게 나빠지고 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5월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 지역 102개 새마을금고의 평균 연체율은 2021년 12월 말 1.15%에서 2022년 12월 말 2.92%로 1.77%포인트 올랐다.

이들 새마을금고의 고정이하여신(NPL·부실 대출채권) 비율도 2021년 말 평균 1.53%에서 2022년 말 2.46%로 0.93%포인트 올랐다. 지역 몇몇 저축은행의 NPL 비율도 2021년 하반기부터 하락하다 지난해 3분기 이후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등은 최근 수년간 PF 대출을 크게 확대해 왔는데 향후 주택시장 부진이 심화할 경우 부동산 관련 여신 부실 위험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신규 주택 건설사업계획 승인을 전면 보류하는 등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비은행 금융기관 부실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천학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