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부터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대서양과 태평양의 안보가 서로 분리될 수 없음을 천명하고, 나토와의 군사정보 공유 등 안보 협력을 확대해 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회의에 이어 연속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가하는 것은 우리나라 안보외교에 있어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들은 피침략국 우크라이나에 대해 각종 군사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 상황에서 나토와 안보외교적 협력을 심화하는 것은 러시아를 적대국으로 돌리게 되고, 그 경우 1990년대 노태우 정부가 추진한 북방정책으로 이룩한 외교적 성과에 역행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시각은 오늘날 급격히 변화하는 국제 정세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것이다. 1990년대 탈냉전기 상황에서 당시 노태우 정부가 기민하게 북방정책을 추진하면서, 공산권의 맹주였던 소련 및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것은 분명히 큰 외교적 성과다. 그러나 탈냉전기의 국제 정세는 2010년대 중반을 기해 구조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을 자국에 병합한 데 이어, 현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을 1년 넘게 계속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탈냉전기 이래 미·러 간에 합의돼 온 다양한 협력 사업들, 즉 우주정거장에 대한 공동 협력 사업, 상호 핵군비통제를 검증하도록 체결한 오픈스카이조약 등이 이미 폐기됐거나 종료 절차를 밟고 있다.
유엔이나 핵확산금지조약(NPT) 같은 중요한 국제 장치들이 러시아의 전쟁 도발로 인해 충분히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세계 2위 수준의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시진핑 정부는, 남중국해나 대만해협에서 전랑(戰狼)외교의 행태를 보이면서 미국에 대한 도전적 태세를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공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서가 표명했듯이 탈냉전의 시대는 완전히 끝났으며, 이제 국제질서는 ‘민주주의 대 전체주의 국가’들이 상호 결집하는 질서 재편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질서가 동요하는 가운데서 한국으로서는 가치와 이념을 공유하는 동맹 및 우방들과의 국제적 연대를 한층 강화하는 외교적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2년 연속적으로 참가한 것은, 지난 5월의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가와 더불어, 유동적인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의 국가적 위상과 이익을 극대화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유사입장국들(like-minded countries)과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난해 우리 정부가 내놓은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공표한 것처럼, 사이버·대테러·비확산 분야에서 나토와 포괄적 안보 협력을 확대하고, 비회원국으로서 같이 참가한 일본·호주·뉴질랜드와의 이른바 ‘AP4’ 회의체를 통해 태평양 지역 국가들과도 신뢰를 다지는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유사시 우리를 지원해 줄 동맹 및 우방들을 평시에 많이 확보하고, 국가 간 신뢰를 쌓아두는 것은 미래를 위한 우리의 든든한 안보 자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