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북팀장의 북레터
“누구나 창조를 한다.”
미국에서 가장 탁월한 음악 프로듀서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릭 루빈의 책 ‘창조적 행위: 존재의 방식’(코쿤북스)은 이렇게 선언하며 시작합니다. ‘인생은 예술’이라는 말처럼 뻔해질 수도 있지만, 루빈의 설명은 새롭습니다. 그는 “누구나 매일 창의적인 행위에 개입하며 살아간다”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면 그것은 대화가 될 수도 있고,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고, 친구에게 쓴 메모나 방 안 가구의 재배치, 교통 체증을 피하는 새로운 퇴근길을 알아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는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모든 것이 다 ‘창조’라며 누구나 ‘현실의 경험’을 창조하며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루빈은 흔히 ‘천재’라고 불릴 만한 인물입니다. 대학 재학 중 음악계에 입문해 40년이 된 지금까지 저스틴 팀버레이크, 메탈리카, 에미넘, 데미언 라이스, 아델, 제이지, 카녜이 웨스트, 레이디 가가, 에드 시런 등 장르를 넘나들며 수많은 예술가들과 교류했고 한결같이 ‘최고’의 음악을 창조하고 있습니다. 9번의 그래미상을 받고, 18번 후보에 올랐으며 빌보드 10위 안에 들어간 앨범이 40장이나 되니,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전설’. 예순을 넘긴 그가 최근 유튜브 등에서 음악과 일, 삶에 대한 조언을 전하는 모습을 자주 봤는데, 마침 책이 나와 반색했습니다. ‘한때’의 기록이나 노래, 춤 등으로 기억되기 쉬운 대중음악계에서 수십 년째 ‘꾸준히’ ‘잘’하는 비결이 궁금했거든요. 예술가는 아니지만, 루빈의 ‘마르지 않는’ 열정과 총기의 근원을 안다면, 나도 ‘꾸준히’ ‘잘’ 쓸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만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싶었는데, 퇴근길도 창조라고 하니, 조금 실망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교통 체증이 심할 때 길을 바꾸는 건 “적절한 선택”이며 이러한 선택이 이어져 “삶 전체가 자기표현이 된다”는 그의 말에 가닿자, 우리의 모든 일상이 왜 “창의적 행위”가 될 수 있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그러니까 루빈은 ‘예술하는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예술적인 삶’을 위해 이 책을 쓴 것입니다.
적절한 선택과 창의적 행위의 연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창조자’의 길을 걷고 ‘예술가’로 존재합니다. 그것은 변화, 성장, 진화의 과정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를 루빈은 “저녁의 우리는 아침의 우리와 같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멋진 말로 갈음합니다. 그렇다면, 그의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저는 같은 사람이 아니고, 이 기사를 쓰기 전과 쓴 후의 저는 같은 사람이 아닌 게 되는 걸까요. 무엇보다, 꾸준히, 잘 쓸 수는 있게 되는 걸까요.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