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버스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버스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장례식장마다 ‘울음바다’

“평소 성실하게 운행했는데…”


청주=조율·이성현 기자

“10월에 둘째 아들 결혼한다고 좋아했는데…못 봐서 어떡하나.”

17일 오전 충북 청주 한 장례식장에는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 747번 버스 운전자인 이모(58) 씨의 빈소가 마련되고 있었다. 이 씨 동료 A(58) 씨는 “회사로 복귀하고 보니 이 씨가 몰던 버스만 복귀하지 않았었다”며 “모든 버스에는 GPS가 달려있어서 조회해보니 GPS가 사고지역으로 찍혀 심장이 철렁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A 씨는 “직장에서 아무에게도 미움받지 않고, 성실하게 일해 상도 많이 받는 훌륭한 동료였다. 10월에는 둘째 아들이 결혼한다고 참 좋아했었는데…이렇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빈소에는 유족들이 하나둘씩 찾아왔고, 이 씨의 모친은 사진도 걸리지 않은 빈소 앞에서 다리 힘이 풀려 쓰러진 채 오열하기도 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 침수사고 사망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찾은 청주의 또 다른 병원 장례식장 역시 작별 인사도 없이 사랑하는 가족, 친구를 떠나보낸 충격으로 침통한 분위기였다. 사망자 안모(여·24) 씨의 빈소에는 이른 오전부터 안 씨의 친구들이 찾아와 조의를 표했다. 안 씨의 친구 B 씨는 말을 아끼면서도 “너무 슬프고 속상하다”고 읊조리듯 말했다. 유가족들은 안 씨의 사진을 보며 “5분만 빨랐어도…”라며 눈물을 흘렸다. 안 씨의 외삼촌 이모(49) 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 홍수 경보가 통보됐고 사고 장소가 저지대여서 위험한 곳인데 사전에 통제했다면 충분히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씨는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이다. 외동딸이자 효심이 깊었던 안 씨는 사고 당일 친구 4명과 함께 전남 여수여행을 위해 버스로 이동하던 중 갑자기 지하차도가 침수되며 이튿날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날 안 씨와 함께 여행길에 나선 친구 1명도 같이 버스로 이동하다가 사망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같은 장례식장 3층에 마련된 조모(31) 씨의 빈소에서도 유족들은 조 씨에 대한 이야기에 연신 눈물을 터뜨렸다. 조 씨의 친구들은 “고인이 된 친구와 한 달 전 생일 때 만났고 최근에 안부 전화를 주고받은 것이 마지막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5월 결혼한 청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김모(30) 씨의 빈소에는 그의 제자를 비롯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부모님과 함께 조문을 온 한 제자는 “고민도 잘 들어주고, 친구 같은 선생님이었다”면서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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