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도 실효성 논란
경북 피해지역 모두 지정안돼
주민 “우린 안전할 줄 알았다”
예천=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경북 북부지역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은 백두대간 자락 급경사지에 마을이 있지만 산사태에 대비한 시스템과 대피 명령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산사태 피해 지역 모두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지역은 평소에도 산에서 돌덩어리가 굴러떨어지곤 했으나 방치돼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의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16일 오후 경북 예천군 감천면 진평 2리. 마을로 들어서자 42가구 78명이 살고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폐허가 돼 있었다. 집은 온데간데없고 승용차와 트럭, 과수원이 토사에 묻혀 있는 등 마을 전체가 초토화됐다. 이 마을은 뒤편 백두대간 자락 부용봉(해발 689m) 아래 골짜기를 따라 형성돼 있으며 산 정상 부근에서 난 산사태가 마을까지 이어졌다. 주민들은 “휴대전화에 행정안전부, 산림청, 예천군에서 보내온 산사태 우려 지역 대피 문자가 시도 때도 없이 울렸지만, 구체적인 지역이 없어 우리 마을은 안전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인근 벌방리도 마찬가지로 백두대간 자락 주마산(해발 600m) 밑에 있는 Y자형 골짜기에 형성된 마을이다. 위쪽에서 산사태가 난 뒤 마을 중간으로 바위와 토사, 흙탕물이 관통했다. 큰 피해가 난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흰돌마을 역시 백두대간 자락 산태골 아래 가파른 도로 양쪽으로 형성됐다. 이 마을에선 산사태로 4명이 숨졌다.
예천군은 이들 마을 모두 산사태 위험 민원이 없었으며 산사태 취약지역 대상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영주시 풍기읍, 봉화군 춘양면, 문경시 산북면 등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난 곳 모두 경사진 백두대간 자락에 있지만 산사태 취약지역에서 제외돼 있다. 이영재 경북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산사태 취약지역은 민원 등에 의해 지정하는 경향이 있어 지질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산사태 조기 예측시스템을 구축, 대피할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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