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은 대한민국 헌법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수호를 다짐하는 날이다. 기본권을 보장하되 타인 권리도 보호하는 균형 잡힌 형사사법 운영과 시민의식이 중요하다. 그러나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또 불법·탈법 집회로 도심을 교통지옥으로 만들어 시민의 일상 생활권을 침해했다. 더구나 법치 수호 핵심 기관인 법원은 이런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출퇴근 집회를 허용해 불법·탈법을 사실상 방조했다. 제헌절 정신을 짓밟는 참담한 일이다.

민노총은 지난 15일 경복궁역 앞에서 8개 차로 중 4개를 점거한 채 집회를 열었다. 도심 차량 운행 속도가 시속 6.8㎞(성인 보행 속도 5㎞)로 떨어졌고 대형 스피커 사용으로 시민들은 큰 피해를 봤다. 일본 대사관 행진 시 신고했던 2개 차로를 넘어 반대 차로까지 점거했다. 오후 6시부터는 조계사 앞 6개 차로를 모두 점거해 경찰이 2차례나 해산 명령을 내렸지만 거부했고 경찰 뺨까지 때렸다. 앞서 14일에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집회를 강행했다.

경찰은 퇴근 시간대라는 이유로 금지했지만, 행정법원은 금지취소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퇴근길 시민에게 불편을 초래할 것으로 보이지만 교통량을 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의 교통량 조사 자료와 차량 속도 보고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경찰은 항고했지만, 서울고법은 같은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이 1개 차로만 허용한 집회는 결국 4∼6개 차로로 확대돼 차량 평균 운행 속도가 시속 1㎞대로 떨어지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법원의 자의적 판단이 불법 시위를 부추기는 개탄스러운 일이다.

영국은 도심은 물론 주택가 도로에서도 사전 허가 없이 집회를 열 수 없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출퇴근 시간대 도심 집회는 금지되고, 도로 점거는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초질서가 확립되지 않으면 법치주의가 제대로 설 수 없고,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도 온전히 보장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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