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충북 청주시 한 장례식장에서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침수사고 희생자 시신이 발인된 후 운구차에 옮겨지고 있다.  백동현 기자
18일 오전 충북 청주시 한 장례식장에서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침수사고 희생자 시신이 발인된 후 운구차에 옮겨지고 있다. 백동현 기자


■ 궁평 지하차도 참변 3명 빈소

관 들며 마지막 인사하다 통곡
유족 “행정기관 책임전가 분노”


청주=조율 기자 joyul@munhwa.com

“유족분들, 그럼 이제 정말 마지막으로 인사하겠습니다.”

18일 충북 청주시 한 장례식장에서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와 유족들의 작별 인사가 진행됐다. 유족들은 희생자들의 앳된 영정사진을 보며 굵은 눈물을 떨어트렸다.

이날 오전 해당 장례식장에는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3명의 발인이 진행됐다. 희생자 조모(32) 씨의 빈소에는 발인 시간이 넘은 시간까지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송 소재 한 스타트업 육성기관에서 근무하던 조 씨는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747번 버스를 타고 출근하던 중 변을 당했다. 조 씨는 생전 이태원 참사·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재난에 꾸준한 애도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며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유족들은 슬픔에 지친 와중에도 찾아와 준 조문객들을 반겼다. 조문을 마치고 나오는 한 지인은 눈물을 삼키며 “그냥…그냥 너무 슬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조 씨의 발인이 시작되고 상주가 조 씨의 영정사진을 들고 유족들을 마주하자, 유족들은 끝내 참고 있던 눈물을 터뜨렸다. 조 씨의 동생들은 큰소리로 오열하는 조 씨의 어머니를 부축하며 위로했다. 조 씨의 유족들은 조 씨의 관을 들어 운구 차량에 직접 옮기며 그를 향한 마지막 인사를 표했다.

또 다른 희생자인 대학생 안모(여·24) 씨의 빈소에도 슬픔이 가득했다. 안 씨는 친구들과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오송역으로 이동하던 중 변을 당했다. 안 씨의 친구들은 마지막까지 안 씨의 영정 사진 옆에서 그를 지켰다. 안 씨의 어머니는 유족들의 위로를 받으며 연신 눈물을 삼켰지만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듯한 안 씨의 영정사진을 마주하자마자 결국 다시 눈물을 쏟아냈다. 안 씨의 친구들 중 일부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발인이 끝난 후 의자에 앉아 한참을 울며 장례식장을 떠나지 못하기도 했다. 마지막 희생자 조모(여·71) 씨의 발인 또한 조용하고 엄숙하게 진행됐다.

유족들은 슬픔 속에서도 지방자치단체의 ‘네 탓 공방’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안 씨의 외삼촌 이모(58) 씨는 “서로 자신의 관할 지역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지자체 간 소통이 부재했던 것 같다, 이런 재해 상황에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다는 것이 굉장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 희생자의 유족 김모(36) 씨는 “결국 행정적 문제로 죄 없는 착한 사람들이 희생됐는데, 서로 잘못을 떠넘기려고 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며 비판했다. 해당 참사가 도·시·구청 등 지자체 및 관계기관의 재난대비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발생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향후 참사에 대한 수사 및 형사처벌과 별개로 유족들이 지자체 등 책임자를 상대로 한 집단적 민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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