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 前 국립환경과학원 원장

지난봄 가뭄으로 분주했던 환경부가 이젠 홍수로 비상이 걸렸다. 문재인 정부가 4대강 보(洑) 해체를 위해 국토교통부의 수자원 업무를 환경부로 옮겼기 때문이다. 보를 건설한 국토부에 다시 해체하라고 하기엔 어불성설이라 정부조직법을 바꿔 환경부에 맡긴 것이다.

헌법 제35조 1항에 환경부의 역할은 국민의 환경권 보호와 국토 환경보전임을 명시해 두고 있다. 그런데 4대강 보 해체라는 악역을 맡게 되면서 가뭄과 홍수까지 책임지는 세계적으로 드문 환경부가 된 것이다. 2018년에 국토부의 수자원정책국과 홍수통제소, 한국수자원공사가, 2년 뒤 하천 관리까지 환경부로 왔다. 그 결과 물관리의 핵심이 되는 가뭄과 홍수 대책에 문제가 생겼다.

가뭄과 홍수 방지를 위해서는 댐·제방·수로와 같은 수리시설을 건설해야 하는데 이는 환경부 업무와 상충한다. 환경부의 주요 행정 중 하나가 국토의 환경질 감시와 규제다. 특히, 개발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 평가해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환경영향평가는 지속 가능한 국토 보전을 위한 핵심 행정이다. 현 정부조직법에서는 환경부가 댐 건설계획을 세우고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사업을 시행해야 하므로, 가뭄과 홍수 대비용 토목사업을 벌이기엔 매우 난처하다. 또, 교량·제방·도로 등과 같은 치수(治水) 관련 시설을 국토부 산하 지방국토관리청이 건설 및 유지·관리하므로 원활한 업무가 어렵다.

지난 정부는 ‘환경 탈레반’에 속아 4대강 보 해체에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낭비했다. 하지만 결론은 가뭄과 홍수 방지와 수질 개선을 위해 보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생공용수와 농업용수를 강에서 끌어와 사용하고 그곳에 다시 버려야 하는 문명강(Cultural River)에서 댐과 보는 필수다. 현재 미국에 약 250만 개의 댐과 보가 있음이 이를 입증한다. 조속히 수자원 업무를 국토부로 넘기고 4대강 보를 원상회복해야 한다.

아울러 국가 물 평등을 실현해야 한다. 국민의 생존과 산업을 위해 전국 어디나 맑고 풍부한 물이 공급돼야 한다. 하지만 1960∼1970년대에 한강을 중심으로 수자원 개발이 집중됐고, 2000년부터 징수된 물이용 부담금이 수계별로 분리 사용되면서 불평등이 더 심해졌다. 그래서 영산강은 수질 최악, 금강은 수자원 최악의 강이 됐다.

또, 모든 국민에게 1등급 상수원을 제공해야 한다. 지난 몇십 년간 수돗물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해 염증성 장염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현재 의류의 약 60%가 화학섬유이고 이를 세탁기로 빨면 한 번에 약 70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수처리장과 정수장을 거쳐도 일부는 남아 있다. 대책으로 취수원 이전, 식수 전용 저수지, 간접 취수 등을 도입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환경권 보호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동안 환경권 방치로 인해 환경성 질환이 계속 늘고 있다. 2016년에 16%이던 서울시민의 환경성 질환 경험률이 2022년엔 23.1%가 됐다. 최근 급증하는 당뇨·유방암·백혈병·심장질환 등도 유해 환경이 원인임이 밝혀지고 있다. 환경부는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한, ‘건강한 국민이 최고의 국부(國富)’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 前 국립환경과학원 원장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 前 국립환경과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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