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호우로 국내 신선식품 가격이 폭등하고, 흑해 곡물협정 종료로 글로벌 ‘애그플레이션(영어의 농업+인플레이션 합성어)’ 쓰나미가 다시 몰려오고 있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역대급 폭우로 여의도 면적의 93.4배인 2만7094㏊의 농경지가 피해를 보아 적상추 도매 가격은 한 달 새 115%, 시금치는 180%나 껑충 뛰었다. 닭도 53만3000여 마리가 폐사해 삼계탕이 한 그릇에 1만6000원대로 올랐고, 가공식품 가격은 1분기에 이미 전년 대비 9.9% 상승했다. 곧 흰 우유도 ℓ당 3000원을 넘어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합성어)’이 도래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8월부터 서울 시내버스 요금이 12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되고, 10월 7일부터는 지하철 요금도 150원 올라 생활 물가에 큰 부담이다.

기후 재앙에 따른 국제 곡물가 파동은 구조적인 문제가 됐다. 설탕은 최대 산지인 인도·브라질의 가뭄으로 3년간 2배 폭등했고, 쌀도 4년 만의 슈퍼 엘니뇨로 국제 가격이 2년4개월 만의 최고치인 t당 535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 17일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폐기로 단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의 주요 수출품인 밀은 3%, 옥수수 국제 선물가격은 1.4% 치솟았다. 미국 백악관은 “러시아의 위험하고 무책임한 결정이 전 세계 식량난을 악화시키고 수백만 명의 취약계층을 위험에 빠트렸다”고 비난했다.

국제원유가 하락으로 지난달 2.7%까지 내려온 소비자물가에 다시 비상등이 켜졌다. 변동성이 큰 석유류와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가 3.5%로 고공행진 중인 데다 최저임금과 전기요금 추가 인상 등 변수가 곳곳에 남아 있다. 이런 와중에 국내 폭우와 국제 곡물 쇼크로 인한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이 덮친 것이다. 그렇다고 금리를 올리면 가계부채가 부담스럽고, 반강제적으로 임금과 라면·우유값 등 생필품 가격을 억누르는 것도 한계가 있다.

생활 물가 앙등은 단순히 경제문제로 끝나지 않고 내년 총선에도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미시·거시 수단을 정교하게 섞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다만, 재정 살포 등 포퓰리즘 정책은 독약이며 더 악성 인플레를 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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