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공개되는 드라마 ‘D.P. 시즌 2’
시즌 1선 병사 간 가혹행위 고발
이번엔 알고도 묵인한 윗선 초점
군대 내 조직끼리 선악대결 펼쳐
국군 법무실장으로 지진희 합류
대세 손석구도 분량 늘어 기대감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병역법 제3조다. 군대 내 부조리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D.P.’(감독 한준희)는 이 한 문장으로 서두를 장식했다. 28일 공개되는 ‘D.P.시즌2’는 다시 같은 출발선에 선다. 2년 만에 공개되는 시즌2는 묻는다. 과연 지난 2년간 군대는 바뀌었나?
‘D.P.시즌2’는 시즌1 마지막회에서 이어진다. 탈영병 조석봉은 자살을 시도했고, TV 뉴스는 군대 내 폭력 등 구조적 문제를 배제한 채 ‘살인 미수 병사 우울증 시달려’ ‘평소 관심 병사로 분류돼’ 등의 표현을 쓰며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덮기 급급하다. 이 뉴스를 지켜보던 조석봉의 친구 김루리(문상훈 분) 일병이 메고 있던 소총을 장전한 후 쏘는 것으로 시즌1이 마무리됐다. 넋이 빠진 채 “뭐라도 해야지…”라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김루리가 시즌2 첫 번째 사연의 주인공이다. 이 에피소드는 지난 2014년 강원도 고성 일반전초(GOP) 부대에서 발생한 ‘임병장 무장 탈영 사건’, 2015년 경기도 연천 감시초소(GP) 부대를 발칵 뒤집게 한 ‘김일병 사건’을 떠오르게 만든다.
시즌2는 시즌1의 세계관을 확장시킨다. 시즌1 마지막회의 제목은 ‘방관자들’이었다. 병사 간 가혹행위가 탈영을 발생시키는 직접적인 문제라지만, 이를 알고도 묵인하는 간부와 군대 내 시스템이 부조리의 악순환을 공고하게 만든다는 일침이다. 그래서 시즌1이 병사 간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면 시즌2는 군 비리가 드러나지 않기 위해 진실을 틀어막으려는 ‘윗선’들의 이야기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한다.
새롭게 투입된 국군본부 법무실장 구자운(지진희 분) 준장이 대표적이다. 무장 탈영병인 김루리의 입을 막기 위해 ‘사살’을 원하던 그가 뜻대로 사건이 종결되지 않자 법무장교 서은(김지현 분) 중령을 향해 “병신같은 X”이라고 내뱉고, 책임을 회피하는 장면은 못내 씁쓸하다. 이들이 속한 국군본부 법무실과 군무이탈 체포조를 이끄는 103사단 헌병대 수사과의 대립이 시즌2를 구성하는 주요 축이다. 이 과정에서 군대 조직의 선악 대결을 더 선명하게 그린다. 이 때문에 국방부의 반발을 샀던 시즌1에 비해 한층 더 강도를 높인 군대를 향한 날 선 비판이 적잖은 반작용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야기가 확장된 대신, ‘D.P.’ 시리즈를 이끄는 군무이탈 체포조인 한호열(구교환 분), 안준호(정해인 분)의 캐릭터가 다소 무거워지며 역할이 축소된 것은 아쉽다. 시즌1의 조석봉 자살 시도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받은 두 사람은 그로 인한 트라우마를 겪는다. 각각 병장과 일병으로 진급하며 좌충우돌하던 시즌1보다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탈영병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하려 한다. 3화에서 성정체성으로 인해 군내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탈영한 인물을 쫓는 과정에서 그의 마음을 헤아리며 조심스럽게 다가선다. 분명 시즌1에 비해 인간적으로 여문 모습이지만, 두 캐릭터의 재기발랄한 모습을 앞세워 버디 무비 성격을 띠던 시즌1을 좋아하던 팬들 입장에서는 이질감을 느낄 수 있다. 또 정신적 충격으로 체포조 활동을 하지 못한 채 군병원에 입원해 있던 한호열이 특정 사건을 계기로 갑작스럽게 각성하게 되는 과정도 매끄럽지 못하다.
한호열, 안준호 콤비의 줄어든 분량은 임지섭(손석구 분) 대위가 메운다. 실적을 앞세우며 박범구(김성균 분) 중사와 신경전을 벌이던 그는 조석봉 일병 사건 이후 가치관이 전환된다. 한호열-안준호 콤비의 역할 중 상당 부분이 임지섭-박범구 콤비에게 이관된다. 계급이 다른 임 대위가 서은 중령과 이혼한 관계라는 설정도 흥미롭다. 그들의 분량이 확대된 것은 군내 구조적 문제를 파헤치고 바로잡는 과정 속에서 병사가 아닌 ‘방관자’로 치부되던 간부의 역할을 강조한 설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즌1과 시즌2 사이 손석구라는 배우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진 것 역시 그의 역할 확대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법하다. 6부작. 15세 관람가.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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