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선영 기자의 오후에 읽는 도쿄
“장애인도 같은 인간이라는 걸 대중이 감각적으로 알 수 있도록, 장애인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소설을 썼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신인 문학상인 아쿠타가와(芥川龍之介賞)상의 올해 수상작으로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이치카와 사오(市川沙央·43)가 쓴 ‘헌치백’이 선정됐다고 공익재단법인 일본문학진흥회가 19일 밝혔다.
이 소설은 유전 질환 때문에 척추가 휜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으로, 제목 ‘헌치백’은 꼽추를 의미한다. 작가인 이치가와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치가와는 선천성 근육병증으로 14살 때부터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도 전동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는 중증 장애인이다. 그는 태블릿 단말기를 이용해 판타지 소설 같은 읽을거리를 20년 가깝게 써오다가 첫 순수 문학 작품으로 이 소설을 내놨다. 장애로 인해 펜을 잡지 못하는 이치카와 작가는 ‘아이패드 미니’를 양손으로 잡고 소설을 쓴다.

그는 수상 뒤 언론 인터뷰에서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의 어려움이 자신을 투영한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게 된 집필 동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강하게 호소하고 싶은게 있어서 작년 여름부터 처음 문학을 썼다”며 “이렇게 아쿠타가와상의 회견의 장소로 인도해 주신 것은 매우 기쁘고, 우리에게 천우가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장애인도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대중이 감각적으로 알 수 있도록 주체적으로 장애인 자신이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쿠타가와상은 주로 신인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순수 문학상으로,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를 기념해 만들어졌다. 중증장애인인 이치가와 작가의 일본 주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은 일본 사회가 장애인 같은 소수자들의 이야기에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치가와 작가 역시 “많은 사람들이 아쿠타가와상을 중증장애인이 ‘최초’ 수상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지만, 왜 2023년이 되어서야 첫 수상자가 나왔는지를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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