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원폭탄에 신음하는 대한민국 (8)
가해학생 교육청 조사 시작되자
매일 1시간 간격으로 민원 넣어
지인 2명과 함께 찾아와 폭력도
학교생활 관련 없는 스팸 폭탄
차단하자 ‘알림장 폭탄’ 까지
5년째 휴직… “교단 떠나겠다”
“학교가 마치 지옥 같아요. 교단에 다시 서는 생각만 해도 숨이 안 쉬어지고 온몸이 덜덜 떨리고….”
지난 2018년 11월부터 5년째 휴직 중인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9월 복직을 앞두고 과거 학부모에게 당했던 ‘문자·알림장 테러’가 떠올라 공황장애 증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4학년 학급 담임이었던 A 씨가 앱을 활용해 학급 공지를 올렸더니 한 학부모가 게시판에 “내 딸인데 왜 네 딸처럼 취급하냐”고 적은 것이 시작이었다. 학교생활과 상관없는 내용으로 가득한 200통 이상의 문자 폭탄이 매일 쏟아졌고, A 씨가 이를 차단하자 학부모는 아이 알림장에 “나를 무시하지 말라”는 폭언을 가득 적어 보내기도 했다. A 씨의 ‘스팸 차단’에 대한 보복성으로 교무실에 스팸 열댓 개를 쏟아버린 일도 있었다. 견디다 못한 A 씨는 휴직계를 냈고, 계획에 없던 둘째까지 가지며 최대한 휴직 기간을 늘렸다. A 씨는 자격증을 따고 대학 편입 시험을 알아보는 등 “준비가 끝나면 언제든 교직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12월부터 휴직 중인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 B 씨는 학부모가 학교로 찾아와 자신에게 욕설을 퍼붓고 목을 조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털어놨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 학생 담임을 맡았는데, 자신의 반 학생에게 학교폭력을 행사한 옆 반 학생이 학교 및 지역교육청에서 조사를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문제가 불거졌다. 학폭 가해 아동 학부모가 매일 1시간 간격으로 “선생이 학폭 신고 선동한 거 아니냐”는 식의 민원을 학교에 넣었다.
학부모는 지인 두 명을 대동해 학교로 찾아온 다음 “따라 나오라”고 위협했고, 반 아이들의 동요를 우려한 A 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욕설을 하며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네가 우리 애 일진 만들었냐” “교육부에 신고해서 옷 벗게 만들어 주겠다”는 등의 폭언도 쏟아부었다. 심지어 학부모가 폭행 혐의로 B 씨를 맞고소하면서 법정에도 드나들어야 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올해 경기 하남 한 초등학교에서는 와이파이를 잡아달라는 5학년 아이의 요청을 거절했다는 등의 이유로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당한 교사 C 씨가 1학기 휴직에 들어가는 사건도 있었다.
학부모 민원 폭력 등 일상이 된 교권침해 행위로 교사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2년 3월∼2023년 4월) 퇴직한 초·중·고 교원은 1만2000여 명으로 역대 최다였는데 특히 5년 미만 경력 교사들의 퇴직이 2년 새 2배 가까이로 늘었다. 고연차 교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초등학교 교사의 명예퇴직률은 2005년 0.2%에서 2021년 1.1%로 5배 이상으로 증가했고, 중학교는 0.2%에서 2.5%로 12배 이상으로, 고등학교는 0.3%에서 2.1%로 7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해 4월 1일 기준으로 질병 휴직 중인 정규 교원은 1639명으로 2021년(1478명)보다 161명(10.9%) 늘었다. 교사노조연맹이 지난 5월 유·초·중·고 교원 1만1377명을 조사한 결과 ‘최근 1년 사이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는 교사가 87%, ‘최근 5년간 교권 침해로 정신과 치료·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는 교사는 27%였다. 카톡 오픈 채팅방에는 ‘의원면직하고 싶은 초등교사방’ ‘이직을 준비하는 초등교사들’ 등 교직 이탈을 준비하는 모임도 다수 만들어진 상태다.
인지현·전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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