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우파인 국민당 136석 ‘1위’
집권당인 사회당도 122석 그쳐
극우와 합쳐도 과반176석 미달
군소정당 3곳 이상 연정 불가피
몇 달 간 정치 불안 극에 달할 듯
23일 스페인 조기 총선에서 좌·우파 진영 모두 과반 확보에 실패하며 ‘헝 의회(Hung Parliament·단독 과반이 없는 의회)’가 탄생했다. 중도우파 국민당(PP)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지만 집권을 위해선 극우당 복스 외 다른 군소 정당과의 연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이어서, 최소 수 주에서 몇 달 동안 정치적 불안정성이 극에 달할 전망이다.
스페인 내무부에 따르면 이날 총선 개표 결과 국민당이 하원 전체 의석 350석 중 136석을 얻으며 1위 자리에 올랐다. 2위는 집권당인 사회노동당(PSOE·사회당)으로, 국민당보다 14석 적은 122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복스와 15개 좌파 정당 연합체인 수마르가 각각 33석, 31석으로 뒤를 이었다. 우파 진영인 국민당·복스당의 합이 169석, 좌파 진영인 사회당·수마르는 총 153석으로 양 진영 모두 과반 의석(176석)을 얻지 못하게 된 셈이다.
이에 길게는 수개월 동안 연정 구성을 위한 치열한 물밑 협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 분석에 따르면 국민당은 복스 외에 민족주의 성향의 바스크국민당(PNV·5석), 카나리아연합(CC·1석) 등 군소정당 3곳의 의석을 끌어모아야 과반 확보가 가능하다. 사회당 역시 수마르에 더해 5개 정당의 의석이 필요하다. 다만 국민당 연정의 경우 일부 정당이 복스의 참여를 원치 않고, 사회당 역시 기타 정당들의 표를 모두 끌어모으긴 어려운 상황이다.
복스가 참여하는 연정이 성사될 경우 유럽 우경화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스페인에 약 반세기 만에 극우 정당의 정권 참여가 이뤄지게 된다. 스페인에서는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1975년 사망할 때까지 39년 동안 스페인을 철권 통치한 이후 극우 정당의 정부 진입을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왔다.
하지만 복스가 막판 여론조사 결과(24∼27석)보다 많은 의석을 가져가면서 ‘프랑코의 망령이 부활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결국 정부를 꾸리지 못해 총선을 다시 치를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한편 베니토 무솔리니 집권 이후 100년 만에 극우 정부를 탄생시킨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불법 이주민으로 지중해 모든 국가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날 독일에서는 복면을 쓴 남성 4명이 작센주 난민보호소를 공격하는 등 유럽 내 반난민 움직임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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