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개혁은 독일, 산업혁명은 영국, 디지털 혁명은 실리콘 밸리에서 시작했다. 한 분야가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해 고향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뿌리내려도 여전히 그 발원지의 인식표를 고스란히 간직한다. 같은 맥락에서 르네상스가 유럽 전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이탈리아 피렌체라는 도시에서 시작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책은 단테가 탄생한 1265년부터 갈릴레이가 사망한 1642년까지 피렌체라는 도시와 피렌체 사람들이 어떻게 르네상스를 탄생시켰고, 그것을 어떻게 발전시켰으며, 이 새로운 운동을 어떻게 유럽 전역으로 확산시켰는지 정밀하게 추적한다. 왜 유럽 문명의 엄청난 변화가 하필이면 피렌체에서 벌어졌을까? 그리고 왜 그 시기일까? 당시 이탈리아반도는 밀라노, 베네치아, 제노바, 피렌체, 로마, 나폴리 등 6대 도시 국가와 다수의 군소 도시 국가로 분할돼 있었다. 대다수 도시 국가는 왕, 공작, 교황, 귀족 가문, 폭군이 다스렸지만 피렌체는 민주제에 가까운 정치 제도를 보유한 유일한 도시였다. 불안정하고 종종 부패하기도 했지만 적어도 명목상 민주 국가여서 자유, 적극적 활동, 개인주의와 같은 정신 활동들이 적극 권장됐다.
르네상스 발원지로 이탈리아가 아닌 ‘피렌체’에 집중하고 단테,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 젤로, 갈릴레이 등 르네상스 대표 인물들부터 르네상스 ‘자금줄’ 역할을 했던 메디치 가문의 부흥 과정까지 한눈에 볼 수 있어 흥미롭다. 528쪽, 2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