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연은 올해 넷플릭스 ‘성난사람들:비프(BEEF)’로 주목받았는데요. ‘비프’ ‘불평하다’ 혹은 ‘싸움’을 의미하는 속어로 쓰이죠. 그가 극 중 연기한 대니는 미국에서 척박한 삶을 살고 있는 이민자입니다. 열심히 살아도 나아지지 않는 생활, 그리고 이 사회의 주류가 될 수 없는 경계인으로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죠.
그런 대니가 분노를 터뜨리게 된 사건은 사소했습니다. 한 마트 주차장에서 하얀색 벤츠가 내지른 경적이, 대니의 분노 버튼을 눌러버렸죠. 하지만 벤츠를 모는 동양인 에이미(앨리 웡 분) 도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상태였는데요. 근근이 살아가는 대니도, 자수성가했지만 내 맘같지 않은 일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는 에이미도 마지막 분노 한 방울이면 넘쳐 흐를 물잔이이었죠.
이처럼 ‘비프’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은 화가 나 있습니다.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대문호 톨스토이가 쓴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 떠오르는데요. “행복한 가정은 비슷한 모습으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비프’ 속 인물들의 속내도 마찬가지죠. 각자의 사정으로 화가 나고, 타인의 감정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대니는 말합니다. “우리 몸은 영양소를 흡수하고 나쁜 건 죄다 대소변으로 싸는 거 알지? 만약 아기한테 그런다면? 부모들이 트라우마를 싼다고나 할까?” 여기서 ‘아기’는 내 주변의 무고한 불특정 다수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신림동 칼부림 사건’의 피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처럼 말이죠. 피의자의 변명은 기도 안 찹니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요즘 주위에는 온통 “힘들다”는 사람뿐입니다. 누구 하나 “살만한 세상”이라 하지 않죠. 하지만 대부분은 버텨내고, 살아냅니다. 자신의 분노가 함부로 누군가를 향하면 안 된다는 것이 ‘상식’이자 ‘질서’이기 때문인데요. 이런 선(線)을 지키지 않고 드러내는 분노는, 배출이 아니라 배설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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