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에 발표된 ‘오빠는 풍각쟁이야’에는 ‘불고기 떡볶이는 혼자만 먹는’ 오빠가 등장한다. 이 노랫말을 들으면 일제강점기에도 떡볶이가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고, 비싸지도 않은 떡볶이를 동생한테 양보하지 않은 오빠한테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그러나 떡볶이는 조선 시대에도 있었고 꽤나 고급스러운 음식이었으니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더 놀랄 만한 것은 이 음식의 이름에 포함된 ‘볶다’이다.

고추장 양념을 푼 물에 떡과 몇 가지 재료를 넣고 국물이 졸아들 때까지 익힌다. 이 음식의 조리법은 이것이 전부인데 왜 ‘볶다’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그 연유를 알려면 오늘날 ‘궁중 떡볶이’란 음식을 떠올려 보아야 한다. 이 음식은 떡볶이와 달리 기름을 두른 번철에 고기와 갖가지 채소를 넣어 달달 볶다가 가래떡을 넣고 간장으로 양념을 한다. 오늘날 분식점이나 포장마차에서 먹을 수 있는 떡볶이와는 재료와 색이 딴판인 고급 음식이다.

고추는 우리 음식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는데 떡볶이도 그중의 하나이다. 비싼 고기와 채소는 빼는 대신 값싼 ‘오뎅’이 들어간다. 기름을 둘러 볶는 대신 고춧가루를 주재료로 한 양념을 풀어 빨갛게 졸여낸다. 여기에 라면을 사리로 넣고 삶은 계란도 추가할 수 있다. 이렇게 하여 아이들은 물론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는 어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다.

재료와 조리법은 바뀌었는데 그 이름은 여전히 ‘볶다’와 관련이 있다. 조리법에 맞춰 이름을 다시 짓는다면 ‘떡조림’ 정도가 될 듯한데 이 조리법을 ‘조림’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사실 ‘멸치볶음’을 생각해 보면 ‘떡볶음’이 아닌 ‘떡볶이’인 것도 이상하다. 그러나 이 음식은 이런 것들을 복잡하게 따지며 먹는 음식이 아니다.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철없는 마음으로 먹는 것이 더 맛있다. 다만 ‘떡볶이 집 아줌마’가 이 조리법에 대한 멋진 이름을 지어주길 바랄 뿐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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